영화 ‘스윙키즈’ 강형철 감독
1950년대 거제 포로수용소 배경… “춤이 대사를 지배하도록 대본 써”
※이 기사에는 영화 ‘스윙키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모던 러브’는 억압에서 탈출하고픈 사람의 이야기라면 ‘환희’는 로기수(도경수)와 미군이 포로와 군인이 아니라 춤으로 싸우는 평범한 젊은이들로 변하는 장치예요.”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최근 만난 강형철 감독(44)은 영화 ‘스윙키즈’ 속 음악을 자세히 설명했다. 19일 개봉한 ‘스윙키즈’는 1950년대 거제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포로들로 구성된 댄스단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에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흐르며 대사, 카메라와 한 몸처럼 움직인다.
“춤이 대사를 대체하도록 대본을 썼어요. 탭의 박자가 대사고, 발이 배우 얼굴인 셈이죠.”
바흐의 곡을 넣은 이유를 묻자 평화롭고 나른한 일상을 표현하며 전쟁 중 쉬는 시간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음악 속에서 ‘스윙키즈’의 장면들이 나왔어요. 평소 음악을 들으며 장면을 연상하거든요. ‘이 감정은 어떤 음악이었지?’라고 되새기며 시나리오를 썼어요.”
배경이 거제 포로수용소이다 보니 정치적 상황을 다룰 수밖에 없었지만 이념 대결을 중심에 뒀던 기존 전쟁 영화와는 문법이 다르다.
“이 영화는 근본적으로 반전 영화예요.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줄 수 있지만 행복한 순간이 이념의 지배로 살얼음판처럼 깨질 수 있다는 걸 전달하려 했죠. 우리가 왜 이렇게 싸우게 됐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고요.”
그는 영화를 만들 때 박완서 작가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었다고 했다. 꿈 많은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6·25전쟁으로 무참히 깨져버린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그린 자전적 소설이다. 그는 꼭 하고 싶은 이야기지만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다며 덧붙였다.
“혼자 남은 잭슨(‘스윙키즈’의 리더)이 어떻게 지냈을지 생각해 보라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춤을 가르쳐줬기에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탭댄스를 못 췄을 겁니다. 비극이 벌어진 뒤 남겨진 사람들의 아이러니한 삶을 생각하면 더 많은 여운을 느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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