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민연금 개편 4개안을 담은 정부의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안을 받아든 국회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금특위에 넘겨 사회적 논의를 거친 뒤 최종안을 만들게 된다. 정부가 4개안이나 만들어 국회로 공을 넘긴 것도 문제지만 노후소득을 늘리는 방안만 열거했을 뿐 재정 안정을 도모하는 방안을 아예 제외한 것은 큰 문제다. 그동안 정부가 개혁적인 국민연금 개편안을 국회로 보냈어도 보험료율을 한 번도 올리지 못했는데 선거를 앞둔 국회가 이런 정부안을 두고 연금개혁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제안한 4개안은 국민연금 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기초연금만 40만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 소득대체율을 각각 45%, 50%로 올리면서 보험료율도 각각 12%, 13%로 올리는 방안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대로 노후소득 보장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더 내고 더 받는’ 방안조차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이 확보한 국민연금 장기 추계 자료에 따르면, 보험료 인상의 효과는 4∼7년밖에 지속되지 않고 이후 연금 지출이 가파르게 늘어난다.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2068년 예상 적자는 476조6820억 원이지만 12%로 올리면 483조2840억 원, 13%로 올리면 535조870억 원으로 각각 커진다. 연간 최대 58조 원의 적자가 추가되는 셈이다.
14일 국민연금 개편안을 공개하면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70년 뒤 재정이 어떻게 될지를 목표로 두고 설정하는 건 비현실적”이라며 재정 안정 목표를 설정하는 대신 기금 소진 연도를 미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 세대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국민연금심의위원회 민간위원인 김수완 강남대 교수가 사퇴하면서 “국민연금 재정 부담을 고스란히 후세 부담으로 넘기는 정부의 무책임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비판했겠는가. 만약 기금이 고갈되고 매년 ‘바로 걷어 바로 주는’ 부과식으로 전환하면 다음 세대 보험료율은 29.7∼36.2%까지 늘어난다. 정부는 이제라도 4개안의 장기 재정추계와 미래에 늘어나는 보험료 부담을 공개하고 국민에게 고통 분담을 솔직히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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