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카이로에 사는 모흐람 압둘 젤릴 씨(46)는 ‘툭툭(Tuk-Tuk)’이라고 불리는 삼륜차 운전사다. 한국의 택시 사납금처럼 매일 200이집트파운드(약 1만2500원)를 내고 툭툭을 빌린 뒤 하루 평균 12시간씩 운전해 돈을 번다.
주행거리에 따라 승객과 흥정을 해 요금을 매기는데 대부분 5∼20이집트파운드(약 310∼1250원)짜리 단거리 고객이 많다. 이 때문에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는 날도 많지만 그에게는 툭툭이 아내와 네 자녀를 부양할 수 있는 유일한 ‘직장’이다.
하지만 젤릴 씨는 언제까지 직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툭툭의 운행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집트 내에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툭툭은 이집트의 일부 지방 도시에서 자체적으로 면허를 발급해주는 곳이 있지만 수도 카이로를 비롯한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툭툭을 운송수단으로 삼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툭툭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이유는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범죄에 이용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카이로에서는 좁은 시장 골목부터 대로변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툭툭을 쉽게 볼 수 있다. 카이로를 둘러싸고 있는 고속도로 ‘링로드’에서 승객을 태우고 저속으로 달리는 툭툭은 흔한 풍경이다. 그러나 오토바이를 불법 개조한 툭툭은 문은커녕 안전벨트도 없는 경우가 많아 사고가 나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진다. 툭툭 사고와 관련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집트 현지 언론에서는 한 달에 수차례씩 툭툭 관련 사망 사고가 보도되고 있다.
툭툭은 또 번호판이 없고, 운전사 면허도 없다 보니 범죄에도 악용된다. 대학생 네르민 라미 씨는 9월 카이로에서 툭툭 운전사에게 스마트폰을 빼앗겨 경찰에 신고했지만 소용없었다. 대부분의 툭툭이 검은색 노란색으로 겉모습이 비슷하고 번호판이나 별다른 식별 표시도 없기 때문이다.
카이로에 있는 ‘청렴과 투명성을 위한 비정부아랍센터’의 셰하타 무함마드 센터장은 “툭툭은 무면허이다 보니 대부분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고 범죄에 이용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툭툭을 금지시켜야 한다”며 이집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시작된 툭툭이 북아프리카의 이집트에 처음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당시 툭툭은 비포장길이나 구불구불하고 좁은 길이 많은 교외 지역에서 먼저 운행됐다.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이집트 전역의 치안 행정이 무너졌을 때 도심 곳곳으로 급격히 확산됐다.
이집트 최초의 민선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를 비롯해 정치권에서는 선거철마다 툭툭 운전사를 위한 여러 공약이 나온다. 툭툭 운전사뿐 아니라 툭툭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다. 이집트 전역에서는 현재 약 200만 대의 툭툭이 운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툭툭을 없애서는 안 된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다른 교통수단과 비교했을 때 비용이 저렴하고, 자동차보다는 크기가 작고 오토바이보다는 좌석이 편안하다는 이점 때문에 서민 교통수단으로 사랑받고 있다. 툭툭이 수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실업 문제 해소에도 기여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이유로 국회의원 압둘 파타흐 무함마드는 툭툭 합법화를 위한 법안을 준비 중이다. 18세 이상으로 교육 및 시험을 통해 면허를 발급받은 운전사가 정해진 지역에서만 운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법안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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