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나무 죽부인, 단청 안료나 사찰 음식에 관심이 많아요. 우선은 노량진 시장부터 갈 건데 아침이 좋을까요, 저녁이 좋을까요?”
서울 강남구에서 최근 열린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만난 예술그룹 ‘스튜디오 스와인(SWINE)’은 왠지 모를 생기가 넘쳤다. 여기서 스와인은 ‘Super Wide Interdisciplinary New Explorers’의 약자로 분야를 초월하는 새로운 탐험가를 일컫는다. 다소 거창한데, 실은 영국 로열칼리지오브아트(RCA) 출신인 알렉산더 그로브스(35)와 아즈사 무라카미(34)가 2011년 만든 팀이다. 이들은 이번 페스티벌에 특별강사로 초청받아 방한했다.
국제적인 갤러리 ‘페이스’ 소속 작가이기도 한 두 사람은 그간 이름처럼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2014년 다큐멘터리 작품으로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젊은 감독상’ 유럽 단편 2위를 차지했고, 올해는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에게 주는 ‘EDIDA’ 신인상도 받았다. 경계에 얽매이지 않고 어떤 장르라도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해왔다.
대표작 ‘헤어 하이웨이’(2014년)는 독특하게도 머리카락으로 만든 디자인 가구. 하지만 이들은 직접적인 ‘사용’에 목표를 두지 않았다. 오히려 작업 과정에서의 ‘감각과 경험’을 중요시했다. “매끄러운 표면 아래 깃털 같은 머리카락의 질감이 만드는 이질성이 새로운 감각을 탄생시키는 거죠.”
‘헤어 하이웨이’는 한 중국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영상에서 1초 정도 노출된 머리카락 시장을 보고 산둥(山東)성까지 찾아갔다. 그로브스는 “우리에게 물건은 개념을 담는 도구”라며 “이 작품엔 중국 가발산업에 대한 얘기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아즈사 역시 “궁금한 건 발로 뛰며 찾아가는 호기심이 우리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바닥에 머리카락을 놓고 만져보며 사고파는 모습, 처리를 거친 은빛 실크 같은 머리카락이 놀라웠어요. 인간성을 지우는 과정 같기도 해 그걸로 가구를 만들었죠.”
2013년 브라질 아마존에 있는 ‘포드란디아’에 간 것도 그 때문이었다.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가 1920년대 말 대규모 고무 농장을 만들다 실패해 폐허가 된 곳이다.
“줄곧 가고 싶었는데 계기가 없었어요. 그런데 리서치 프로젝트를 하다 영국 런던의 오래된 담배 가게에서 ‘에보나이트’라는 재료를 발견했습니다. 주인에게 물어 보니 원료가 고무래요. ‘포드란디아’에 갈 이유가 생긴 멋진 순간이었죠.”
이후 완성한 ‘포드란디아’(2016년)는 실제로 아마존 고무를 원료로 만든 가구다. 무분별한 개발이 가져온 폐해를 관객들이 역설적으로 떠올리길 원했다. 또 다른 작품 ‘시 체어’(2013년)는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작업을 할 때마다 공장과 협업하면 항상 먼저 듣는 얘기가 ‘불가능하다’였어요. 그러면 우리는 ‘해본 적 있느냐’고 물어봅니다. ‘없다’고 하면 ‘그러니까 한번 해보자’고 설득하죠. 디자인이란 그렇게 새로움에 도전하고 개척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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