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팝스타 바우터 하멜(41)에게 붙어 다니는 질문이다. 금발에 수려한 외모, 무대 위를 구름처럼 사뿐사뿐 디디며 추는 춤, 뛰어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능력…. 누가 봐도 마음 훈훈해지는 남성이다.
“예전엔 겁 없이 자신을 드러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제가 게이라는 것을 밝히면 팬이 떨어져 나갈 수도 있겠죠.”
최근 ‘아우디 라운지 바이 블루노트’ 공연을 위해 방한한 하멜은 “이제 좀 속이 시원하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2010년 트위터에 커밍아웃한 바 있지만 20회 가까이 한국을 찾는 동안 그는 한국 매체의 여자친구 질문에 소극적으로 ‘없다’고만 답했다. 자신 안에 두려움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팬 좀 떨어져 나가면 어때요. 그래서 떨어져 나가는 팬은 자격이 없는 거겠죠! 하하.” 하멜은 “한국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성소수자가 많다는 걸 안다. 그런 편견이 사라지길 바란다”고 했다.
하멜의 장기는 재즈와 팝을 절묘하게 섞어내는 작곡. 내년에 낼 새 앨범의 제작에 최근 돌입했다. “줄리 런던, 캐브 캘러웨이, 아니타 오데이 같은 옛 재즈가 참 좋아요.” 요즘엔 클래식 작곡가 엘가부터 미국 래퍼 푸샤 티까지 다양한 음악을 즐겨 듣는다고.
하멜은 지난해 낸 곡 ‘Amaury’에도 게이 남성에 관한 스토리를 담았다. 하멜이 미국 중서부에서 만난 남성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보수적인 (오클라호마주) 털사를 떠나 좀더 개방적인 콜로라도주로 향하는 남자를 그렸죠. 아모리란 이름의 이 남자는 새 삶을 시작하는 제 자신을 그린 거예요.”
지난 20년간 사랑 때문에 좌절하기도 했다. 연인과 결혼해 집 짓고 강아지를 키우는 안정적인 삶만 좇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이제는 하루하루의 행복에 집중하려 한다”고 했다. 하멜에게 40대는 다시 자유다. “지난 10년간 무대에서 스니커즈를 안 신었어요. ‘30대니까 점잖게 가죽 단화를 신어야지’ 하는 생각에요. 지금은 뭐든 좋아요.”
한국에 올 때마다 그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종로구 익선동의 맛집에 들를 정도로 서울에 익숙하다. “전 한국인들의 넘치는 에너지가 참 좋아요. 세계의 멋진 도시에서 멋진 무대에 설 수 있다면 전 언제까지고 행복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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