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점포의 얼굴 역할을 하는 ‘시그니처(대표) 매장’을 앞세워 모객에 나섰다.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 대형 점포에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 이색 매장을 만들고 ‘오직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앞세워 차별화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내년 1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본점에 330m²(약 100평) 규모의 라이프스타일 와인 매장 ‘와인 웍스’를 열 예정이다. 국내 백화점업계의 와인 매장 중 가장 크다. 이곳에는 와인에 곁들여 먹는 타파스와 치즈 등 간단한 요리를 판매하는 레스토랑, 잔 단위의 와인을 1만 원 안팎의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바, 유명 소믈리에의 와인 클래스 등을 진행하는 커뮤니티 라운지 등이 들어선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디저트 등 델리 매장 20여 개를 넣을 수 있는 식품관 공간에 매장을 하나만 낸 것은 이례적인 시도”라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똑같은 매장이 아니라 우리 점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로 고객을 유치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백화점은 앞서 9월 점포 4곳(서울 목동점, 경기 판교점, 울산 울산점, 부산 부산점)의 기존 곡물 코너를 새로 꾸며 ‘현대쌀집’이라는 프리미엄 쌀가게를 내기도 했다. 일본의 ‘일본취반협회’가 인증하는 ‘밥소믈리에’가 고객 개개인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품종의 곡물을 직접 배합한 상품을 판매한다. 고객 반응도 좋다. 리뉴얼 전과 비교했을 때 현대쌀집 4곳의 매출은 13.3% 늘었다. 전국 15개 점포의 곡물 매출 신장률(1.6%)을 크게 웃돈다. 구매 고객 중 30대가 29.3%로 가장 많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온라인 채널을 선호하는 연령대의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끌어와서다.
2년 5개월간의 재정비를 마치고 이달 문을 연 롯데백화점 경기 안산점 4층에는 백화점 최초로 전자제품 전문 매장 하이마트가 들어섰다. 1653m² 규모의 ‘하이마트 프리미엄’에서는 백화점 전용 고급 가전제품뿐 아니라 로봇 IoT(사물인터넷) 체험 코너와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 청음실, 안마의자와 전동휠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안산점의 또 다른 이색 시도는 1층에 으레 있던 화장품 매장 대신 ‘무인양품’ 등 라이프스타일 콘셉트관을 만든 것이다. 대개 높은 층에 있던 아동·유아 매장을 고객 편의성을 감안해 2층에 배치한 것도 시그니처 매장으로 점포를 차별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특색 있는 대표 매장은 상권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 신세계그룹의 ‘삐에로쑈핑’이 대표적인 사례. 삐에로쑈핑은 2016년 12월 신세계그룹이 인수해 ‘스타필드’로 탈바꿈시킨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의 대표 볼거리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6월 만물 잡화점 콘셉트로 문을 열어 젊은층에 큰 반향을 일으킨 삐에로쑈핑 코엑스점은 개장 초기 하루 평균 1만 명이 방문했다. 지금도 매일 7000∼8000명이 찾는다. 인기에 힘입어 서울 강남구 논현점, 경기 의왕점 등에 매장을 냈고 이달 서울 중구 명동에 6호점까지 열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점포를 대표하는 이색 매장은 고객이 어느 제품을 떠올릴 때 특정 점포를 방문하도록 유인하는 역할을 하고 이는 자연스레 다른 제품 판매로도 이어진다”며 “점포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더욱 다양하고 독특한 형태의 매장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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