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인 어제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5% 넘게 떨어졌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현지 시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2.9% 떨어지는 등 뉴욕 증시가 폭락한 영향이다. 이날 다우지수의 하락 폭은 성탄절 기준으로는 뉴욕 증시 122년 역사상 가장 컸다. 뉴욕 증시가 10년 상승기를 끝내고 본격적인 약세장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통상 글로벌 증시는 연말과 연초에 주가가 상승하는 ‘산타 랠리’를 이어간다. 성탄절을 전후로 소비가 늘어나고 투자 심리가 개선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오히려 ‘블랙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난한 것이 방아쇠를 당겼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부정적인 경기 전망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경기에 민감한 국제 유가가 하루 동안 6% 넘게 떨어진 것이 우려를 뒷받침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7월까지만 해도 3.9%로 예상하던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10월 3.7%로 낮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를 떠받들던 유동성 효과가 사라진 데다 신흥국 신용 경색과 미중 무역 분쟁이 겹친 탓이 크다. 이처럼 경기 둔화 경고음이 울린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뉴욕 증시가 나흘 연속 급락한 것은 심상치 않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문제는 우리 경제다. 한국도 이 흐름을 벗어나기 어려울뿐더러 수출 의존도가 큰 소규모 개방경제여서 피해가 더 클 수도 있다. 그동안은 반도체 수출로 근근이 버텨 왔다지만 이제 반도체 호황도 끝이 보인다. 내년 세계 반도체 설비투자는 올해보다 7.8% 줄어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세계 경기가 좋을 때도 투자와 소비, 고용이 모두 부진해 삐걱거렸던 우리 경제가 그나마 남은 동력마저 잃을까 걱정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고용 불안, 가계 부채 증가 등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악재를 정부 지출로 틀어막고 있는 형국이다. 장기적으로 풀뿌리 경제부터 중후장대 산업까지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올바른 대처 방안이다. 규제혁신으로 기업의 투자 활력을 제고하고 경제 체질 개선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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