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경쟁 도로공사 살림꾼 문정원
리베로 못지않은 그물 리시브에, 송곳 서브로 상대 리시브 흔들어
“한발이라도 더 떼자 마음먹고 팀 위해 뛰니 아프지도 않아요”
지난 시즌 창단 첫 V리그 통합챔피언에 오른 프로배구 여자부 한국도로공사 레프트 문정원(26·사진)의 오른 무릎엔 칼자국에 이어 올해 구멍 자국이 추가됐다. 2015년 십자인대 파열 등으로 한 차례 수술한 그의 무릎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1차전부터 물이 차오르는 등 다시 말썽을 피웠다. 시즌 직후 관절경 수술을 한 문정원은 달콤한 휴식 대신 지루한 재활에 몰입했다.
배구 선수로는 단신(174cm)이라 이를 악물고 뛰다 보니 무릎 부상이 단골처럼 찾아왔다. 첫 수술도 남자 고교부 팀과 연습경기를 치르다 점프한 뒤 착지 과정에서 다쳤다. 20일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훈련장에서 만난 그는 “이건 3년 전(칼자국), 이건 몇 달 전(구멍 자국)…”이라며 훈장(?) 가득한 무릎 곳곳을 짚으면서 “팀을 위해서 내가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 교체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5위까지 추락했던 도로공사는 4위지만 최근 GS칼텍스, IBK기업은행 등 1위를 경쟁하는 강팀을 맞아 2승 1패를 거두며 선두로 도약할 수 있는 자리까지 올라왔다. 봄 배구 가시권인 ‘3위’ GS칼텍스와의 승점 차는 2점으로 좁혀졌다.
도로공사가 시즌 초반 어수선한 분위기를 잘 견뎌온 이유는 ‘살림꾼’ 문정원의 소리 없는 활약이 있어서다. 리베로 임명옥과 함께 도로공사의 철벽 리시브 라인(47.40%·1위)을 구축하고 있는 그는 공격에서는 면도날 같은 날카로운 서브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휘젓는다. 도로공사가 우승팀 면모를 되찾았다고 평가받는 19일 기업은행 경기(3-1 승)에서 문정원은 네트 위를 살짝 넘어 빈 공간을 향해 뚝 떨어지는 날카로운 서브로 서브에이스만 4개를 기록했다. 문정원은 “감독님이 내 서브가 살아야 팀도 산다고 강조해 최근 며칠 동안 서브를 가다듬었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목표를 이야기할 때도 문정원은 ‘우승’을 언급하며 ‘팀 우선’을 강조했다. 우승팀 DNA를 회복하는 과정이지만 도로공사는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인 GS칼텍스의 높이에 밀려 2차례 셧아웃을 당하는 등 보완해야 할 약점도 뚜렷하다.
“블로킹할 때 제가 한 뼘 더 뛰고 공격할 때 좌우로 한 발 더 움직여야 승산이 있어요. 팀을 위해서는 제가 더 잘해야 해요.”
과연 무릎이 남아날까. 문정원은 “언니들도 연습 때 ‘아프다, 아프다’ 하면서도 막상 경기만 되면 귀신같이 잘한다. 다행히 지금 무릎도 그렇게 아픈 데가 없다”며 씩 웃었다. 인터뷰 도중 ‘마니또’(비밀친구)로부터 ‘힘내세요 언니’라 적힌 쪽지가 붙은 커피 한 잔을 전달받자 문정원은 “힘이 난다”며 다시 한 번 해맑게 웃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