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4시 10분 김포국제공항 활주로. 항공기 한 대가 밝은 불빛을 내며 접근해 오고 있었다. 이윽고 ‘이스타항공’이라 적힌 항공기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국내 최초로 도입한 최신형 항공기 B737 MAX(맥스)8이 김포국제공항에 착륙하는 순간이었다.
미국 시애틀에서 맥스8을 몰고 온 김봉관 이스타항공 운항본부장(기장)은 “무엇보다 맥스8의 가장 큰 장점은 소음이 적다는 점이다. 기존 항공기와 비교해 첨단 기종”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맥스8은 국내 LCC의 주력 기종인 B737-800보다 연료효율성이 약 14% 높고 약 1000km를 더 날아갈 수 있다. 기존 B737 모델들과 장비 및 부품이 70% 정도 호환이 돼 운영비도 절약할 수 있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발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등 중거리 도시까지 날 수 있어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도 맥스8을 곧 들여올 예정이다.
일반인이 항공기 외형을 보고 기종을 맞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맥스에는 독특한 디자인이 있어 이 점만 안다면 누구든 쉽게 맥스를 알아볼 수 있다. 일반 항공기는 날개 끝이 평평하거나 위로만 꺾여 있다. 하지만 맥스는 양쪽 날개 끝이 위아래로 꺾여 있는 모양(윙렛)이다. 공기 저항을 줄여 연료효율을 높여준다. 또 양쪽 날개 아래 달려 있는 총 2개의 엔진이 B737-800보다 약 1.5배 커졌다. 동체 꼬리 부분도 다르다. 맥스8은 비행기 꼬리보다 더 길게 동체를 빼되 점차 얇아지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이 또한 항공기 효율을 올리기 위한 디자인이다.
맥스의 좌석 피치(바닥 기준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 거리)는 B737-800(약 76cm)과 비슷했다. 하지만 좌석 등받이 두께를 기존보다 절반 정도 얇게 해 앞뒤 사이 공간을 넓게 했다. 앞자리 승객이 좌석을 뒤로 젖혔을 때 느껴지는 불편함이 기존 기종보다 덜했다. 이스타항공은 좌석에 먼지가 덜 나도록 가죽 시트를 사용했고 맥스8의 공식 좌석수인 189좌석을 그대로 유지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최대 210석까지도 좌석을 늘릴 수 있다. 수익성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좌석이 더 좁아지기 때문에 고객 편의를 위해 좌석수를 늘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내 천장 디자인과 조명이 바뀐 것도 특징이다. 형광등이 아닌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사용했다. 천장 디자인도 하늘과 구름을 형상화했다. 조명의 진면목은 야간비행 때 드러난다. 이날 저녁 어둠이 내렸을 때 항공기 실내조명을 켰다. 파란색과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깔로 은은하고 아늑한 실내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오버헤드 캐빈(실내에 짐을 싣는 짐칸) 디자인도 원형으로 대폭 변경했다. 오래된 항공기의 오버헤드 캐빈은 네모 모양의 각진 형태라 오버헤드 캐빈 아래 승객들은 일어설 때 머리를 숙여야 했다. 오버헤드 캐빈 디자인 변경으로 공간 용량도 더 늘어났다. 김 기장은 “객실 온도와 습도 자동조절 장치도 있어 승객들이 더욱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29일 국내선에 맥스8을 처음 투입할 예정이다. 내년 1월부터는 싱가포르 부정기 노선을 시작으로 중거리 신규 노선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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