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 배상은커녕 연락 두절… 정부는 피해자 규모 파악도 못해
병원돌고 논문 찾으며 힘겨운 싸움
“엄마, 왜 다른 친구들 가슴에는 고무관이 없어요?”
올해 여덟 살인 아들이 이렇게 물어올 때마다 어머니 한주연(가명·38) 씨는 가슴이 저민다. 간암으로 생후 15개월과 4세 때 두 차례 수술을 받은 아들은 지금도 가슴에 정맥주사 관을 꽂고 등교한다.
한 씨 부부는 5월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바로 검사를 했다. 안방 매트리스에서 안전기준치의 9배가 넘는 9.35밀리시버트(mSv)의 방사선량이 검출됐고 부부는 눈물을 쏟았다. 한 씨는 2007년 신혼 때부터 대진침대를 써왔고 아들은 2011년 태어났다. 아이가 왜 암에 걸렸는지 알 수 없었던 한 씨는 라돈이 발병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고 있다.
‘라돈 침대’ 파문이 불거진 지 7개월이 지났지만 한 씨는 대진침대와 정부를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제조업체는 배상은커녕 연락조차 없고, 정부는 원인 규명은커녕 피해 규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 씨는 주말마다 전국 병원을 돌며 의사 소견서를 받고, 밤을 새워 소아암과 라돈의 연관성을 다룬 논문을 살펴본다. 생필품을 살 때 라돈 측정기로 방사선량을 재는 게 습관이 됐다.
한 씨처럼 라돈침대로 인한 질병 피해를 호소하며 소송을 낸 사람은 505명에 달한다. 본보가 이들의 소송 서류를 분석한 결과 질병을 앓고 있는 미성년자만 53명이었다. 한모 양(1)은 태어난 지 이틀 만에 폐암이 발견됐다. 한 양의 부모는 임신 기간을 포함해 6년 동안 라돈 침대를 썼다. 조모 군(10)은 침대 사용 8년 만에 갑상샘암과 림프암을 앓게 됐다. 하지만 라돈과 질병의 인과관계는 피해자들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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