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 지침 어기고 GP 철조망 여당 의원들에 선물한 사단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GP 시범철수때 나온 철조망 일부
육군 7사단, 기념품 액자로 만들어… 부대 방문한 與의원 7명에 전달
해당의원들 논란 일자 “반납할것”
野 “국가안보 기강 총체적 해이”

육군 제7보병사단이 18일 접경 지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선물한 액자. 시범철수 감시초소(GP)의 철조망 일부가 액자 안에 들어 있다. 뉴스1
육군 제7보병사단이 18일 접경 지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선물한 액자. 시범철수 감시초소(GP)의 철조망 일부가 액자 안에 들어 있다. 뉴스1
9월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남북 근접 감시초소(GP) 시범철수가 완료된 가운데 전방의 한 사단이 철수 잔해물인 GP 철조망 일부를 정치권 등에 선물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국방부와 육군 등에 따르면 강원도 화천에 있는 육군 7사단은 18일 사단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에게 GP 철조망 일부를 넣어 만든 액자를 선물했다. 액자는 한반도 지도, 장병들의 경계 근무 모습 등을 배경으로 7cm 길이의 철조망을 부착해 제작됐다. “이 철조망은 GP 철거 작전 시 7사단 GP에서 사용하던 것이다. 7사단을 방문하신 ○○○ 의원님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글도 있었다.

박원호 7사단장은 이 액자를 부대를 찾은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 김두관 참좋은지방정부 위원장, 권미혁 김정우 김한정 박정 심기준 의원 등 민주당 관계자 9명에게 선물했다. 앞서 12일에는 부대를 방문한 군인공제회 간부에게, 17일엔 대형은행 간부에게 철조망 액자를 선물했다. 액자는 이달 초 부임한 박 사단장의 아이디어로 제작됐다. 지난달 말 7사단 지역 GP가 철거되면서 생긴 철조망 등 각종 잔해물은 부대 역사관 인근에 적재돼 있었다. 이를 본 박 사단장이 일부는 역사관에 보존하되 일부는 재활용해 부대 방문객에게 선물하자고 제안했다는 것.

문제는 국방부가 4일 GP 잔해물의 임의 사용을 금지하는 지침을 육군에 하달했다는 것. GP 잔해물 활용 방안을 검토 중이니 별도 지침이 있을 때까지 훼손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7사단 측은 육군 규정에 의거해 재활용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육군 규정의 ‘폐기물 관리 및 처리 규정’은 폐기물이 발생할 경우 해당 부대는 적법한 시설에 이를 보관하고 자체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4일 내려온 국방부 지침은 사단장에게까지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육군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해당 부대가 착오로 제작해 증정한 것으로 잔해물 활용을 즉각 중지시켰다”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그럼에도 인터넷에는 “정치군인이 진급을 염두에 두고 여당 정치인들에게 선물을 준 것”이라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민주당 의원들도 즉각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윤 사무총장이 먼저 반납 의사를 밝히며 “다른 의원들에게도 반납하라고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안보 기강이 총체적으로 해이해지고 있다”며 “해체된 GP는 베를린 장벽과 같은 것이고 우리나라 안보를 상징하는 것인데 군 사단장은 선물액자를 만들고 민주당은 덜컥 받아서 자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장원재 기자
#철조망액자#gp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