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학년도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29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최근 문·이과 칸막이를 없애고 신입생을 선발하는 혁신적인 대학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지난해 처음으로 정시모집에서 문·이과를 구분하지 않는 통합선발을 도입하며 대학가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입시 제도를 고친 것인데, 주요 대학 중 최초 사례로 주목받았다. 특히 도입 1년 만에 성공적으로 통합선발이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년간 전공 탐색 후 원하는 전공 100% 보장
계열별 통합선발은 문·이과를 구분하지 않고 입학 후 1년간 전공 없이 여러 전공을 탐색한 뒤 2학년 진학 전 희망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다. 통상 대학 지원 시 전공도 결정해야 하는데 고교 시절 한정된 정보만 갖고 전공을 택하려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통합선발의 최대 장점은 1년간 충분한 전공탐색 기회를 가진 뒤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전공을 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1학년 성적과 전공별 인원 제한 없이 원하는 전공을 100% 보장받는다.
이화여대는 자유로운 전공탐색 기회와 학생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통합선발 제도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학생에게 다양한 전공탐색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입학 후 전공 설명회와 전공 박람회를 개최한다. 이어 7개 단과대가 참여하는 총 5개의 전공탐색 과목을 개설해 신입생들이 수업을 들으면서 전공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지도교수가 따로 배정돼 분반 또는 모둠 제도를 통해 모든 신입생을 밀착 지도하고 있다.
통합선발로 뽑힌 학생들은 “다양한 흥미와 적성을 가진 학생들과 어울릴 수 있다”며 만족해하고 있다. 지난해 통합선발로 입학한 18학번 장혜수 씨는 “통계학에 막연한 관심이 있었는데 전공 설명회와 박람회, 전공탐색 과목을 들으면서 흥미와 적성에 관한 확신이 생겼다”며 “진학하고 싶은 학과 선배와 교수를 직접 만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던 게 가장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18학번 함초롬 씨도 “고교 땐 문과였지만 대학 입학 후 1년이 지난 지금 이공계 전공을 최종 선택했다”며 “1년간 충분한 전공 탐색 기회를 가진 뒤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게 가장 좋았다”고 했다.
○상위 50% 장학금 주고 전원 기숙사 제공
이화여대는 통합선발로 입학한 학생들에게 파격적인 장학금 혜택을 제공한다. 최초 합격자 중 상위 50%에게는 4년간 전액 장학금을 준다. 정시 통합선발 합격생 전원에게 최근 신설한 친환경 기숙사 ‘이하우스(E-House)’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2016년 신축된 이하우스는 서울 소재 주요 대학 기숙사 중 수용률 2위에 이르는 대규모 기숙사다. 통합선발 합격생이라면 누구나 기숙사에 입소할 수 있다.
이화여대는 2019학년도 정시모집에서 계열별 통합선발로 총 382명(인문계 201명, 자연계 181명)을 뽑는다. 정시모집 인원(694명)의 55%, 수시를 포함한 전체 모집정원(3034명)의 12.6%다. 계열별 통합선발 합격생은 전공을 선택하기 전까지 ‘호크마교양대학’에 소속돼 전공탐색 및 학교생활 지원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받는다. ‘호크마’는 히브리어로 지혜를 뜻한다. 1학년을 마칠 때 △인문과학대 △사회과학대 △자연과학대 △엘텍공과대 △경영대 △신산업융합대(체육과학부 제외) △스크랜튼대(국제학부, 융합학부) 등 7개 단과대 내 41개 학과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올해 통합선발로 처음 입학한 학생들은 최근 2학년 진학을 앞두고 전공 신청을 완료했다. 흔히 여학생들은 인문사회 분야를 선호할 것이라는 인식과 달리 비교적 7개 단과대학에 고루 분포되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개설된 뇌인지과학, 휴먼기계바이오공학을 포함해 화학나노과학, 생명과학, 컴퓨터공학,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 전자전기공학 등을 많이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에 맞춰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미래 지향적인 분야를 공부하고 진로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앞으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미래 사회에 대비해 다양한 지식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우수 여성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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