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일명 존엄사법)에 따라 실제로 연명의료를 중단하거나 유보한 환자가 3만 명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중 환자가 미리 작성해 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쓴 사람은 0.8%에 그쳐 ‘품격 있는 죽음’을 미리 논의하는 문화가 아직 정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은 말기 암 등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인공호흡기를 떼는 등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환자가 18일까지 3만162명으로 집계됐다고 27일 밝혔다. 한 해 사망자가 약 3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사망자 10명 중 1명꼴로 존엄사를 선택한 셈이다.
사망이 임박해 스스로 연명의료계획서를 쓴 환자는 9576명(31.8%)이었다. 미처 연명의료 계획을 세우기 전에 의식을 잃어 가족이 대신 중단을 결정한 사례는 2만340명(67.4%)이었다. 미리 “나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지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246명(0.8%)에 불과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쓴 사람은 이날 현재 9만8927명이다. 서울과 경기 주민이 각각 27.6%와 26.9%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서울대병원 등 의료기관과 일부 보건소, 비영리 법인이 의향서를 접수하는데 대다수가 수도권에 몰려있는 탓이다.
내년 3월 28일 개정 존엄사법이 시행되면 연명의료 결정은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법에 따르면 연명의료 중단에 앞서 동의를 받아야 하는 가족의 범위가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전원’에서 ‘배우자와 1촌 이내 직계 존·비속(배우자, 부모, 자녀)’으로 축소돼 절차가 간소화되고, 중단할 수 있는 의료행위가 체외생명유지술(심장이나 폐순환 장치)과 승압제 투여 등으로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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