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언론 정정보도를 의무적으로 신문 1면과 방송 프로그램 시작 때 노출시키고 이를 어길 경우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가짜뉴스’에 대한 자의적 판단 논란에 휩싸였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자유국가에선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법안으로 언론의 자율성과 편집권을 훼손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박광온 의원은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매체별로 정정보도문의 위치를 강제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법(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아무리 사소한 정정보도라도 신문은 1면에, 방송은 보도가 이뤄진 프로그램 시작 시에, 잡지는 본문이 시작하는 첫 페이지에 싣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 법안은 노무현 정부 때 논란 끝에 도입됐던 언론중재법상의 정정보도 청구권을 대폭 확대, 강화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만들어져 2005년 7월 실시된 언론중재법은 정정보도 청구권을 도입하면서 정정보도를 할 경우 ‘동일한 채널, 지면 또는 장소에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하게 했다. 당시 언론사들은 자체적인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정정보도 청구권을 인정한 부분에 대해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반발하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 등을 제기했다.
실제로 미국 등에서는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는 방식으로 피해를 구제하고 있으며 한국과 같은 정정보도 청구권을 법적으로 제도화하지 않고 있다. 정정보도도 언론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자체적으로 적절한 지면에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열한 논란 끝에 헌재는 2006년 6월 정정보도 청구권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신문사의 고의나 과실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법적인 조치를 받지 못할 경우 보도가 허위임을 동일한 매체에서 동일한 비중으로 보도 전파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정보도의 방법도 원래 보도 이상의 부담을 지우고 있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에 발의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동일한 비중’을 넘어 아무리 사소한 오보라도 신문 1면과 방송뉴스 첫 꼭지로 정정보도를 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언론인 출신으로 지상파 보도국장과 앵커를 지낸 박 의원이 언론 자유를 확연하게 제약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한 것을 두고 또 다른 정치적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비판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데 미리 언론에 겁을 주고 취재활동을 위축시키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최근 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가짜뉴스 단속에 앞장서기도 했다.
안재형 변호사는 “지금도 충분한 취재를 했지만 오보를 낸 경우 과실이 없어도 정정보도를 할 수밖에 없는데 더 과한 조치로 인해 언론 자유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언론학회장을 지낸 양승목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사안의 경중을 나누지 않고 일괄적으로 1면에 정정보도를 강제하면 언론의 편집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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