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언 형제가 연출한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년)는 첫 장면부터 충격이다. 주인공 안톤 시거가 우연히 들어간 가게 주인의 목숨을 걸고 동전 내기를 한다. 타인을 파리 목숨으로 여기는 사이코의 모습이지만, 한편으론 언제고 깨질 수 있는 규칙의 살얼음판에 있는 인생을 빗댄 냉소적 은유다.
신뢰의 본질을 들춰낸 이 책은 ‘노인을…’을 떠오르게 만든다. 연구를 통해 밝혀진 신뢰는 도덕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자원을 극대화하려는 인간의 이기심이 신뢰를 만든다. 그래서 부유한 사람일수록 평균적 신뢰도가 낮다. 이미 많은 걸 갖고 있기에 신뢰와 협력을 잃어도 괜찮기 때문. 오랫동안 신뢰한 사람이 한순간에 등을 돌리는 것도 그 본질을 알면 덜 충격적이다.
저자는 신뢰가 상대방의 욕구를 가늠하고 던지는 도박과도 같다고 설명한다. 이런 신뢰의 속성을 잘 알아야 부패를 막을 수 있다는 조언은 이기주의와 국가주의가 전 세계에 퍼지는 지금 꼭 필요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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