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선 사장(58)은 대평원의 나라 몽골에서 승강기를 판다. 수도 울란바토르를 비롯해 몽골의 주요 도시에서 사용하는 승강기 3000여 대 중 절반 이상이 박 사장의 회사에서 설치한 제품이다. 그는 지독한 가난으로 초등학생 때부터 공장에서 일해야 했고, 이후에도 수십 가지 직업을 거쳤다. 1999년 몽골로 건너가 인테리어 사업을 벌였지만 2003년 완전히 망했다. 돈이 없어 영양실조로 쓰러졌다가 한인식당을 하는 교민이 보내준 설렁탕을 먹고 한 달 만에 기운을 차리기도 했다. 그러다 러시아인이 갖고 있던 한국 승강기의 몽골 판매권을 확보하며 기적적으로 재기했다.
라틴 아메리카와 아시아에서 사업으로 성공한 한국인 12명을 인터뷰한 책이다. 주인공들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늘 안주하기보다는 모험과 도전을 택했다. 윤용섭 사장(56)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다니던 직장인이었다. 1995년 브라질 발령을 받고 거대한 시장에 매력을 느꼈다. 1997년 회사를 나와 오퍼상을 시작했지만 브라질은 이듬해 11월 혹독한 불황에 빠져들었다. 윤 사장은 브라질에는 생소했던, 향기를 자동으로 뿜어주는 분사기를 파는 데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사업은 곤궁함을 벗어나지 못하다가 브라질 주요 언론에 소개된 것을 계기로 역전했다. 이제는 세계 최대 향수 시장인 브라질에서 향수를 직접 생산하는 데 이르렀다.
읽다보면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싶다. 카리브해의 전력 사업가, 인도네시아의 의료기기 사업가, 베트남의 건설 사업가 등 해외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한 이들의 사연이 차례로 소개된다. 세계를 돌며 이들을 만난 저자는 “‘코리안 디아스포라(이산·離散)’는 인구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지구촌 어느 구석을 가든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채 살고 있는 한국인들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성공한 이들 뒤에는 실패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고, 개발도상국에서 사업을 벌이는 이들이 양지만 걷지는 않았을 것이다. 숱한 역경을 이겨내고 해피 엔딩을 맞은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이야기가 유쾌하고 통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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