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20대 남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은 최근 특강에서 20대 남성의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정부의 여성 우대 정책과 양심적 병역 거부 합헌 결정, 미투 운동 등 일련의 사회 움직임을 들었다. 그러면서 20대 남자들이 화낼 만도 하다며 “여자들이 훨씬 유리하다. 남자들은 축구도 봐야 하고 게임도 해야 하고 모든 면에서 불리하다”고 우스갯소리를 한 것이 남성 비하 발언으로 해석돼 불을 질렀다.
유시민은 페미니즘 진영에서도 반기지 않는다. 진보논객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저서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에 따르면 유시민은 ‘오빠 페미니스트’다. 페미니즘을 이론으로만 알면서 “오빠가 설명해줄게” 하며 여자를 가르치려 드는 사람, 오빠가 허락할 수 없는 수준의 페미니즘은 반대하는 사람을 뜻한다.
유시민은 ‘조개론’으로 일찌감치 여성계의 미움을 샀다. 2002년 대선 당시 개혁국민정당 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 공론화 움직임이 일자 대표집행위원이었던 그가 “해일 몰려오는데 조개 줍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 2006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성 의원이 “저열한 성의식을 갖고 있다”며 조개론을 비판하자, 그는 “당내의 작은 일로 회의 시간이 소모되는 것에 대해 ‘해변에서 조개껍질 들고 놀고 있는 아이와 같다’고 했는데 왜곡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강준만 교수는 책에서 “그 후로도 유시민 계열의 진보주의자들이 페미니스트를 탄압한 사건이 있었지만 조개론의 원조 유시민은 침묵을 지킴으로써 조개론을 추인했다”고 반박했다. 또 자기 진영을 비판하기보다 감싸겠다는 유시민의 ‘어용 지식인론’이 조개론을 포함하고 있다며 “개혁과 진보를 원한다면서도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행위는 내부 총질이기에 집중 공격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논리”라고 비판했다.
유시민의 ‘축구론’과 조개론은 묘하게 닮았다. 그는 문제의 강연에서 “20대 남녀 성별로 지지율 격차가 크게 나는 것은 대통령이 이성적인 관점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정부의 권한을 행사해 나가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정부가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진보 성향의 남성 커뮤니티에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너희가 희생 좀 해라’ 이런 식이네”라는 반응이 나왔다. 조개론에 대해 여성계가 “대의를 위해 일상의 차별에 눈감으라는 논리”라고 반발한 것과 비슷하다.
그의 강연에서 20대 남성들을 건드린 또 다른 대목은 “정치인은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대중의 욕망을 이용하는 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성직자의 자세로 일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문 대통령은 정의를 추구하는데 이것이 20대 남성들의 욕망에 위배되면서 20대 남성들의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뜻”으로 해석됐고, “진보 세력의 고질적인 문제인 선민의식과 계몽주의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조개론도 ‘우리 편은 항상 옳으니 무조건 믿고 따르라’는 비민주적 진영 논리라고 비판받았다.
인터넷 독립저널을 운영하는 김아현 씨(23)는 올 4월 본보 기획기사 ‘이제는 386세대가 적폐…진영 논리 거부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반격’에서 “거악이 사라지고 정의가 실현되면 개인도 행복할 거라는 꼰대식 생각은 먹히지 않는다. 정책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지금은 거대담론보다 나의 작은 권리가 소중하고, 진보 보수라는 이분법이 유효하지 않은 다양한 정체성 정치의 시대다. 조개론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비슷한 축구론을 다시 꺼내든 것, 이것이 여권의 정신적 지주 유시민이 양쪽에서 뺨맞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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