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3기 신도시 입지의 관건은 ‘통근시간’이었다. 2기 신도시는 서울에서 멀어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를 의식한 정부는 9월부터 “3기 신도시는 1기 신도시보다 (서울에) 더 가깝게 지을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최종 선정된 경기 과천시, 하남시, 남양주시, 인천 계양구 등 4곳에 대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 도심권까지 30분 내 출퇴근이 가능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은 의아해했다. 서울 경계까지라면 몰라도 남양주시와 인천 계양구에서 30분 안에 서울 도심까지 도달하기는 현재로선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30분’을 내세운 건 인천 송도와 남양주 마석을 잇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완공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3기 신도시 약 12만 채 가운데 절반이 넘는 6만5000채가 건설되는 남양주 왕숙지구는 지구 한가운데에 GTX B노선 역이 들어서도록 계획됐다. 주택 1만7000채가 들어서는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 지구의 성패 역시 GTX B노선에 크게 기대고 있다.
문제는 GTX B노선 건설 사업이 신도시 개발의 전제가 될 만큼 무르익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4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5조9000억 원이 드는 이 사업의 경제성은 기준치인 1을 크게 밑도는 0.33에 불과했다. 인천시는 사업 성사를 위해 예비타당성조사를 아예 면제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국토부 고위 당국자는 GTX B노선의 타당성조사 통과 가능성에 대해 “내년 하반기까지 결정짓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담긴 발표”라고 에둘러 말했다.
만약 GTX B노선 사업이 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된다면, 정부가 불확실한 개발계획을 장밋빛으로 포장해 부동산 허위광고를 한 셈이 된다. 정부 발표를 믿고 주택을 분양받은 3기 신도시 주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가정을 근거로 한 약속은 관료의 정책이 아니라 정치인의 공약이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충심은 이해되지만, 신도시 입지와 관련해 확정되지 않은 계획의 효과까지 갖다 붙이는 것은 ‘올바름’이 아니다. GTX B노선의 착공을 전제로 3기 신도시 대책을 세움에 따라 사실상 국토부가 기획재정부 등 재정 당국을 압박해 사업타당성 검토를 부실하게 만들 위험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정책이 정치인의 언어를 닮아가는 것이 우려스러운 이유다.
전·현직 경제 관료 모임인 재경회는 건전재정을 위한 12개 원칙 중 하나로 ‘엄격한 타당성 조사’를 꼽았다. 재경회는 “대규모 재원이 수반되는 시책을 추진할 경우 철저한 검증과 국민 합의를 얻은 후에 추진해야 한다. 조사 결과에 대한 책임도 끝까지 물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GTX B노선 건설과 3기 신도시 조성 정책의 결정 과정이 검증, 합의, 책임 등의 원칙에 얼마나 부합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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