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남자 첫 기록 유력한 박철우
배구의 길 최대한 오래 걷고 싶어… 은퇴 얘기 먼저 꺼내는 일 없을 것
“제게 배구는 즐거움이 아니에요. 그보다는 궁극적인 가치,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언젠가 코트를 떠나겠지만 최대한 이 길을 걷고 싶은 마음뿐이죠.”
30대 중반인 그에게서 구도자의 비장함이 느껴졌다. 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의 주장 박철우(33·사진)가 곧 V리그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긴다. 남자부 최초 5000득점 고지에 7점만을 남겨놓고 있다. 남녀부를 통틀어서는 현대건설 황연주(32)에 이어 두 번째 기록이다. 31일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대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2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경기(3-1 승리) 뒤 만난 박철우는 기록보다 그 너머를 이야기했다. “막상 5000득점을 하면 ‘5000득점 했네’ 정도이지 큰 의미를 두진 않을 것 같다. 이게 끝이 아니니까 앞으로 더 의미 있는 기록을 많이 만들고 싶다.”
박철우는 2017∼2018시즌 두 번째로 많은 득점(586점)과 높은 공격성공률(55.16%)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전성기 못지않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팀의 주장을 맡으면서 생긴 책임감이 경기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날 두 딸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농구 스타 출신 아내 신혜인 씨(33)는 “주장을 맡은 뒤 팀의 기량이 떨어졌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한다. 아내로서 (남편이) 경기가 끝난 뒤엔 좀 편안해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데 경기에서 지면 잠도 못 자고 생각도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박철우도 “팀이 지면 주장으로서 내가 하는 말에 의미가 없어진다. 예전엔 내가 잘하려 했다면 지금은 팀이 이기도록 더 닦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새해를 앞둔 박철우의 꿈은 우승 트로피다. 한때 왕조로 불린 삼성화재는 최근 4시즌 동안 챔피언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은퇴 역시 아직은 먼 이야기다. “팀이 나를 원하는 이상 내 입으로 먼저 그만둔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내 열정이 타들어가 사라지지 않는 한 끝까지 코트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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