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유니콘, 나야 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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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4인 기해년 부푼 꿈

2019년을 앞두고 한국 정보기술(IT) 업계에 잇달아 낭보가 날아들었다.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8000만 달러(약 893억 원),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3억2000만 달러(약 3570억 원)의 해외투자를 각각 유치했다. 이에 앞선 11월에는 마스크팩 ‘메디힐’로 유명한 화장품업체 엘앤피코스메틱도 400억 원의 해외투자를 유치했다.

이 투자 유치가 의미가 있는 건 이 기업들이 한국의 ‘유니콘기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가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에 등극했다는 점 때문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비바리퍼블리카의 기업가치는 12억 달러, 우아한형제들은 3조 원(약 26억 달러), 엘앤피코스메틱은 약 10억7000만 달러로 각각 인정받았다.

2017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유니콘으로 인정받은 건 온라인상거래 기업인 쿠팡(2015년)과 옐로모바일(2014년) 등 두 곳에 불과했다. 특히 쿠팡은 최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조2600억 원의 추가 투자를 받아 기업가치를 90억 달러(약 10조1000억 원)로 인정받았다.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 기업’(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에 근접한 것이다.

벤처캐피털 전문가들은 “새해에도 유니콘이 될 수 있는 잠재적 후보 기업이 적지 않다”며 “규제 혁신으로 달리는 말에 더욱 채찍질을 해야 한다”고 했다. IT업계에선 새해 영상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인 하이퍼커넥트와 부동산 정보서비스업체인 직방, 클라우드컴퓨팅 관리서비스 회사인 베스핀글로벌, 인공지능(AI) 기반 헬스케어 기업인 루닛 등이 후보라고 기대하고 있다.

○ 한두 번의 시련 따윈 극복해야 제 맛

2018년에 3개의 유니콘이 생겨난 데 이어 새해에는 최소 4곳이 후보로 거론된다.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창업자들이 최소 한 번 이상 창업 후 실패를 경험했거나, 사업 모델을 완전히 바꾸는 ‘피버팅(pivoting)’을 거쳤다는 점이다.

글로벌 누적 내려받기가 2억 건이 넘은 영상채팅 앱 ‘아자르’를 서비스하는 하이퍼커넥트의 안상일 대표는 2007년 서울대 학내 벤처로 ‘레비서치’라는 검색기술 기업을 창업했다. 하지만 네이버, 야후 등이 선점한 치열한 검색시장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실패했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역시 기업 홈페이지 운영을 관리해주는 웹호스팅 서비스를 창업했다가 매각한 적이 있다. 이 대표는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정면승부를 해선 이길 수 없는 거대한 태풍이었다”며 “AWS와 경쟁하는 대신 협업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찾아야 했고 그 결과 탄생한 게 베스핀글로벌이었다”고 말했다.

직방은 2010년 일반 인터넷전자상거래 업체로 창업했다가 2012년 부동산 정보 서비스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최근에는 단순한 부동산 정보서비스에서 나아가 가상현실 기반의 ‘홈투어’ 등 신기술 서비스도 내놓고 있다.

AI 기술기업 루닛 역시 ‘클디’라는 이름으로 패션 등 다양한 사업을 모색하다 2015년부터 의료영상 분야로 사업 방향을 집중하고 사명을 교체한 뒤 새로 태어났다.

○ 내수·B2B로 성공…“과감한 규제혁신 필요”

벤처 전문가들은 벤처창업가들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비즈니스 모델이 벤처자금 생태계를 만나 꽃을 피웠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국내 벤처 신규 투자 규모는 10월 기준 2조8885억 원으로 전년(2조3803억 원)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수석심사역은 “신생 벤처캐피털 펀드들이 늘어나면서 좋은 회사를 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졌다”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점은 글로벌 사업이 아니어도 유니콘이 될 수 있다는 게 증명됐다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 비바리퍼블리카, 직방은 모두 내수시장만으로 유니콘이 됐거나 후보군에 올랐다. 김도현 국민대 글로벌벤처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내수시장이 작다는 부정적 인식이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다면 가능성이 크다”며 “모바일 금융이나 배달, 전자상거래 등이 대표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흔치않은 기업 간 거래(B2B) 분야의 스타트업도 눈에 띈다. 베스핀글로벌은 기업들이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업에 최적화해 도입, 운영할 수 있도록 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 루닛은 환자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의료영상을 AI로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병원에 공급한다.

벤처 전문가들은 새로운 유니콘의 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좀 더 과감한 규제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IT전문 로펌 테크앤로의 구태언 대표변호사는 “현재까지의 유니콘 기업들은 모두 규제가 없거나 규제의 빈틈을 찾아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금융, 헬스케어 분야는 스타트업계가 클 수 있는 ‘금광’이지만 규제에 막혀 있다”고 말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신무경 기자
#스타트업#유니콘기업#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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