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달러 제안에 수만명 지원… 2∼4주 기본훈련후 전투 투입
상당수 목숨 잃어… “전쟁 외주화”
사실상 예멘 내전을 이끌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수단 출신 미성년자들을 ‘전투 용병’으로 고용해 왔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2월 28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끄는 아랍 연합군이 4년 동안 14∼17세 수단 미성년자들을 예멘 내전의 지상군으로 고용해 왔다”고 보도했다. 막대한 석유 자본으로 예멘 전쟁을 ‘외주화’했다는 뜻이다.
수단 북서부 다르푸르주 출신 하게르 쇼모 아흐메드는 2016년 말 예멘 내전에 전투병으로 참가하면 1만 달러(약 1110만 원)를 벌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 당시 그의 나이는 고작 14세. 한국이라면 중학교 1학년 나이다. 예멘이란 나라의 위치조차 찾지 못했던 그는 내전에 참가했다. 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가난에 허덕이는 가족의 삶을 변하게 할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내전이 본격화된 2015년 이후 약 4년 동안 이처럼 돈을 받고 예멘으로 간 수단 출신 미성년자가 수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4주 총을 조립하고 청소하는 기본 훈련만 받고 전쟁에 참가했다. 전투 용병의 대가는 월 500달러 남짓. 전투가 끝날 때마다 200달러 안팎의 수당도 함께 받았다. 아흐메드처럼 운 좋게 살아 돌아온 경우도 있지만 목숨을 잃은 이도 상당수에 이른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군 지휘자들은 전투 용병들에게 무전기,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을 지급했다. 이후 자신들은 안전이 확보된 먼 곳에서 무전으로 용병들에게 공격 지시를 내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병사는 “그들(아랍 연합군)은 우리를 ‘쉽게 쓰고 버리는 장작’처럼 대했다. 우리와 함께 싸운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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