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와 더 가까워지고 싶은 조부모와 자식 교육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이를 막으려는 부모 간 갈등이 늘고 있다고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가 지난해 12월 31일 보도했다. 이런 이유로 법정까지 간 사례만 연간 2400건에 달한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서는 대학 입학 후 부모와 자식이 각자 독립된 삶을 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맞벌이가 늘고 이혼을 비롯한 가족 해체가 증가하면서 육아에 미치는 조부모의 역할이 대폭 커졌다.
여덟 살과 네 살 두 아이의 엄마인 39세 여성 에스텔은 수년째 자신의 부모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에스텔의 부모는 엄마인 자신을 무시하고 그들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훈육했다. 체벌을 이유로 아이들을 벽장에 가둔 적도 있다. 이에 그는 자신의 부모와 아이들의 만남을 막으려 소송을 냈다.
프랑스 시민법 371조 4항은 “아이는 조상들과 개인 관계를 유지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에스텔의 부모는 1주일에 한 번 손자와 전화를 하고, 1년에 2주일은 집에서 같이 지낼 수 있다는 판결을 받았다.
다섯 살 딸을 둔 35세 여성 샤를로트의 사례도 비슷하다. 그는 알코올의존증에 폭력까지 행사하는 남편과 헤어졌다. 그의 전 시어머니는 샤를로트 몰래 자신의 아들과 샤를로트의 딸을 만나게 했고 손녀에게 상습적으로 욕까지 했다.
법 때문에 그의 전 시어머니는 여전히 손녀를 볼 수 있다. 트라우마가 생긴 그의 딸이 할머니와의 만남을 꺼리는데도 말이다. 샤를로트는 “아이를 보호하는 게 나의 임무”라며 설사 법을 어기더라도 딸과 할머니의 만남을 막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부 부모들은 이 법이 지나치게 조부모의 권리만 우선시한다며 법안 폐지 운동에 나섰다. 관련 협회 대표인 라미앙드리조아는 “조부모가 손주를 학대 수준으로 거칠게 다루거나 가족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어도 무조건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반대로 자식들이 손자 손녀와의 접근을 막아 고통받는 조부모들의 아픔도 크다.
파리 근교에 사는 70대 부부 프랑수아와 줄리엔은 열 살, 일곱 살이 된 두 외손자를 최근 3년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손자 교육 문제로 다투면서 딸과 사이가 나빠졌고 딸이 이혼과 재혼을 거치면서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 지금은 가끔 손자들의 학교로 전화해 소식을 듣는 게 전부. 이들은 “변호사까지 만났지만 딸과 법정에 서긴 어렵다”며 한숨을 쉬었다.
2018년 6월 프랑스 건강부 조사에 따르면 6세 미만 손주의 양육에 일정 부분 관여하는 조부모가 전체 응답자의 3분의 2에 달했다. 6세 미만 아이 4명 중 한 명은 적어도 1주일에 한 번 조부모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 중 56%는 외가, 44%는 친가 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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