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만나자면서 딴청 피우는 트럼프-김정은, 北비핵화 더 멀어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3일 00시 00분


코멘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나도 북한이 위대한 경제적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을 잘 깨닫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핵무기를 제조·실험·이전하지 않을 것이고 언제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했다는 언론 보도를 인용하면서 이같이 트위터에 올렸다. 하지만 김정은이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며 ‘새로운 길’을 경고한 데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2차 북-미 정상회담 의지를 재확인하며 김정은에게 화답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북-미 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북-미가 대화는 하자면서도 서로의 핵심 요구에 대해선 딴청만 피우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이 요구한 제재 해제에 대한 언급은 피한 채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을 거론하며 비핵화부터 서두르라는 우회적 메시지를 보냈다. 김정은도 ‘완전한 비핵화’ 약속만 재확인했을 뿐 핵 폐기 계획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당분간 대화 기조를 깨뜨리지 않은 채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차원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게재한 영상 메시지에서도 “우리는 잘하고 있다. 서두르지 않겠다”고만 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례적으로 김정은 신년사에 대해 “논평할 기회를 사양한다”고 했다. 당분간은 인내심을 시험해보자는 뜻으로 읽힌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초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미국 방문을 취소한 이래 실무협상 자체를 거부하며 정상회담으로 직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신경전이 장기화되면서 자칫 돌발 상황이라도 발생하면 한반도는 또다시 위기의 격랑에 빠질 수도 있다. 북한은 이미 비핵화 이탈 가능성을 내비치며 ‘핵보유국’의 지위에서 미국과 군축협상을 하겠다는 태도를 강화하고 있다. 나아가 남측에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이간질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도 이런 북한을 마냥 방관하지는 않겠지만 정작 핵심인 비핵화가 더욱 멀어져 가는 현실을 직시해 보다 적극적인 해법 모색에 나서야 한다. 시간은 북한 편도, 미국 편도 아니다.
#북한 비핵화#김정은#도널드 트럼프#북미 정상회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