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신년사에서 ‘더 잘사는, 안전한, 평화로운 대한민국’이라는 3대 키워드를 제시했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내용은 경제에 할애했다. 연말연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경제정책 실패와 일자리 부족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다. 신년회 장소를 중소기업중앙회로 정한 것과 함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 함께 잘사는 경제,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루는 성장을 추구하자는 대통령의 선언은 새해 경제 활력을 불어넣는 데 총력을 쏟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모두가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방법이 효과적이고, 현재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정부와 현장의 생각이 사뭇 다른 듯하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자영업자들을 폐업으로 내몰았고 최근엔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주휴시간을 포함시키는 시행령 강행으로 현장의 어려움이 배가됐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급격한 임금 인상은 새해 고용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 것이다. 강제적인 카드 수수료 인하 같은 시장논리를 거스르는 정책도 지난해가 마지막 실험이 돼야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경제정책의 기조와 큰 틀을 바꾸는 일은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을 촛불시위에 비유해 “촛불은 더 많이 함께할 때까지 인내해 세상을 바꿨다”며 “같은 방법으로 경제를 바꿔나가야 한다. 더 많은 국민이 공감할 때까지 인내할 것”이라고 했다. 현 경제정책 방향을 끝까지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청와대가 세계 경제성장률 평균에도 크게 못 미치는 한국의 경제 침체를 단순히 경제 기조 변화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대기업 총수들은 어제 시무식에서 “선진국·신흥국의 동반 경기 하락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유례없이 치열한 경쟁에 생존이 고민되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라는 등 경제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표출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도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기술혁신과 스마트공장, 플랫폼 경제를 촉진하겠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와 혁신성장은 정부가 앞장서 과감한 규제혁파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지 않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념의 틀을 벗어나 현장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신산업 규제 샌드박스 등 정부가 약속한 개혁 정책을 하루빨리 실행해야만 내리막 곡선의 반등 기회가 열릴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