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완화 의지를 밝힌 것을 환영하면서도 체감할 만한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그간 규제완화를 통한 ‘혁신경제’ 추진의 효과는 거의 못 느낀 반면 정부의 ‘공정경제’ 압박은 기업에 큰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2일 문 대통령 신년사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은 지금 숨이 넘어가는 상황이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산업안전보건법 등 새로 생기는 부담은 핵폭탄급인데 지금까지의 규제 완화는 수류탄 제거 수준”이라며 “정부가 실제 기업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경제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산업 규제 샌드박스 등 정부 정책이 서둘 러 시행돼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기존 정책기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기업이 숨쉴 수 있도록 다른 숨통을 터줘야 한다. 규제혁신 등 신년사에서 한 약속이 신속히 이행되는 게 중요하다”며 “사정이 다급한 기업들로서는 마냥 기다리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얼마 전에도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나왔지만 곧바로 주휴수당 시행령이 재계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강행됐다. 실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실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기업에 책임과 의무만 주는 측면이 컸다.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줬으면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문 대통령이 신년인사회 장소로 중소기업중앙회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반응이 엇갈렸다. 중소기업계는 일제히 반겼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대통령이 참석한 신년회를 중기중앙회에서 열었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중소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관심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문 대통령이 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경제계 신년인사회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10대그룹의 한 임원은 “중소기업을 위하는 자리에 주요 그룹 총수를 부르면 동반성장에 대한 압박으로 느낄 수 있다”며 “기업 기 살리기 해준다더니 기업인은 ‘병풍 신세’라는 자조도 나온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한 법무담당 고위 임원은 “기업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것은 사실상 ‘반기업 정서’”라며 “긍정적 내용이 담긴 신년사에도 불구하고 기업에 대한 무차별적 압수수색과 검찰 외에도 국세청 등 다양한 국가기관의 강제 조치가 일상화된 현실이 완화될 기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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