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간) “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화답했다.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2차 정상회담의 동력을 재확인하며 일단 대화에 대한 긍정적인 뜻을 나타냄에 따라 교착 상태였던 양측의 협상이 연초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북한의 ‘새로운 길’ 모색 등 부담스러운 대목도 있지만 아무래도 ‘톱다운(top-down)’ 방식을 선호해온 두 정상이 대화를 이어갈 동력을 공개 확인했다는 점에서다. ○ 담판 의지 확인한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사진)에서 “김정은은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지도 실험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고 앞서 보도된 미국 PBS방송의 한 대목을 인용했다. 이어 “북한의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을 잘 알고 있는 김 위원장을 만나기를 나 역시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를 요구하며 “미국이 우리의 인내심을 오판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부터 멕시코 장벽, 가스값, 민주당 움직임 등 다양한 주제별로 10개 가까운 트위터를 쏟아냈다. 하지만 늦은 오후가 될 때까지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만큼 신년사에 담긴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두고 고심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는 자신과 마주 앉겠다는 김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에 힘을 실은 셈이다. 그러면서 ‘북한의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을 거론하며 비핵화의 경제적 보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화답에도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북한이 마치 핵보유국인 듯한 메시지를 낸 데 이어, 정상회담 조건으로 대북제재 완화 요구를 본격화하고 있어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 계속되는 고위급 회담 신경전
미 행정부 실무자들도 비핵화 성과 없이 또 한 번의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들은 “최고의 협상가는 구체적 성과가 나오는 마지막 순간에 움직여야 한다”는 논리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며 회담 시기를 조율해 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런 이유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진행해온 국무부 실무자들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상대적으로 신중한 분위기다. 국무부 대변인실은 이날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한 언론의 논평 요청에 이례적으로 “논평 기회를 사양한다”고만 짧게 답했다. 이에 대해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담긴 내용이 적지 않은 데다 연초 휴가 기간에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까지 겹쳐 (국무부의 대응) 작업에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여부 및 비핵화 협상 방향과 양측의 협상 진행 의지를 함께 확인할 첫 단추는 양측 고위급 회담의 개최 여부다. 북한은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카운터파트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에게 전달한 회담 제안에 대해 아직까지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신년사 발표 직후 기자들과 가진 콘퍼런스 콜에서 “북-미 양측이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겠다는 신호를 서로 발신하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대화는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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