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주인공 진우가 극중 ‘증강현실(AR) 게임’에 접속했을 때 나타나는 메시지다. 스마트렌즈를 끼자 스페인 남부 도시 그라나다의 거리에 가상 게임 캐릭터들이 나타나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현실 인간들 사이로 캐릭터들 간 전투가 시작된다.
연말에 이 드라마를 정주행했다. AR 게임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지난주 유료 플랫폼 시청률에서 가구 평균 9.2%로 지상파까지 통틀어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인기 비결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참신한 소재를 다룬 점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게임 강국인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개발력을 갖고 있기에 스마트렌즈를 활용한 AR 게임을 세계 최초로 구현해 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높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한 차례 AR 게임의 파괴력을 경험해 봤다. 2016년 7월 출시돼 전 세계적 돌풍을 일으켰던 미국 나이앤틱의 ‘포켓몬 고’가 그것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특정 장소를 비추면 포켓몬 캐릭터가 등장했고, 우리는 몬스터들을 잡으며 즐거워했다. 한국에서는 정식 서비스되기 전부터 강원 속초시 등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일부 지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스마트폰 안에서만 즐길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이 게임은 출시 5개월 만에 무려 9억5000만 달러(약 1조64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게임업계에서는 AR 게임을 소재로 한 드라마의 폭발적인 인기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 대형 게임업체 관계자는 “최근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 드라마, 예능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젊은 세대들에게 게임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넷마블 같은 게임회사들은 앞서 AR 게임에 대한 연구개발(R&D)과 리서치에 들어간 상태다.
문득 지난해 보건당국 관계자가 국정감사장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한 장면이 떠올랐다. 게임에 빠져 실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게임중독이라면 당연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 게임중독을 사전에 예방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기도 하다.
하지만 게임의 산업적 측면을 간과한 건 아닌지 아쉬움도 크다. 게임은 이미 국민적 콘텐츠로 자리 잡았고 지난해 기준 연간 13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산업이다. 보건당국의 질병코드 도입이 시행되면 게임업계는 큰 타격을 입을 터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보더라도 이해당사자가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 있어야 한다.
세계 500편이 넘는 게임중독 관련 논문이 있지만 게임중독 여부를 확인하는 척도로 쓰는 설문조사 방식은 제각각이다. 게임중독과 인터넷중독을 혼동한 조사도 적지 않다. 정책을 성급히 도입하기 전 충분히 논의해야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상에서만 아닌 현실 세계에서 혁신적인 게임이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광화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띄울 AR 게임이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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