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그간 소득주도성장 중심에 치우쳤던 경제정책이 이제 본래 경제정책 중심으로 돌아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반면 또다시 재정 확대 중심이라는 점에서는 매우 걱정스럽다.
이명박 정부는 물론이고 박근혜 정부도 재정 정책 중심의 경제 활성화를 추진했다.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정부 예산 조기 집행이다. 한 해 필요에 따라 집행하면 될 예산을 굳이 상반기에 집중해서 집행하려고 한다. 그러다 하반기가 되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다. 올해 경제정책방향도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더 심해진 것 같다. 많은 사업 추진 계획 앞에 ‘조속’이라는 단어를 추가했다. 정부 예산뿐 아니라 3월 시행할 창업지원 펀드의 출자 공모를 1월로 당긴다는 내용도 있다. 예비타당성 평가에서 ‘사회적 가치’를 넣어 최대한 예산집행의 장애물을 제거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며칠 전 한은 총재의 언급처럼 우리 경제는 3, 4년 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지금 세워야 할 계획은 한 해 계획이 아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처럼 남은 임기 동안 어떻게 경제를 끌고 갈지 경제정책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이 계획은 산업구조개혁과 신산업 규제개혁, 혁신인력 육성을 중심으로 수립돼야 한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부실기업은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한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내용만 있다. 현재 부실기업 규모가 어느 정도이고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신산업 창출에 핵심인 규제개혁도 상당히 미흡하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처럼 선진국에는 없는 규제는 당장 폐지하겠다는 획기적인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혁신인력 양성도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심각하게 무너지고 있는 대학원 교육처럼 혁신인력 양성과 직결된 큰 사안은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 서울대 이공계 대학원 지원자 수가 준다는 소식이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대학원생들이 본인이 학생인지, 지도교수 프로젝트를 하는 연구원인지 혼란스러워한다는 점이다. 대학원생이 노조를 만든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김영삼 정부는 정권 말기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상당한 개혁 성과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정부로 각인됐다. 위기 징후가 있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경제위기를 자초했다. 현 정부 임기도 최악의 경제 상황이 예견되는 3년 후까지다.
경제 패러다임은 자금 중심의 기존 경제에서 인재와 기술 기반의 혁신경제로 이동하고 있는데 기획재정부가 경제 컨트롤타워로 이런 상황에 대응할 수 있을지가 회의적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맞춰 혁신경제 특성을 정책에 반영하지 못하면 다음 정부에서는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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