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려고 내밀었던 저의 손에 아이들이 오히려 더 큰 사랑을 담아줬어요. 사랑을 주기 위해서 떠난 것이었는데, 돌아올 땐 제가 충만해져서 왔습니다.”
최근 시집 ‘사랑이 사랑을 부른다’(매직하우스·1만1200원)를 출간한 이유진 시인(52)은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했다. 그는 이 책에 2015년 7월 소년원을 출원한 청소년 10명과 함께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잔지바르 에이즈어린이센터로 봉사활동을 갔던 경험을 시로 적었다. 2016년 등단한 그는 대학에서 법을 전공했으며 현재 세종국책연구단지 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소년법 전문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 시인의 시 ‘나는 왜 아프리카에 갔는가’를 보면, 연구자로서 느끼는 고뇌, 그리고 아쉬운 마음이 드러나 있다. ‘해마다 쏟아낸 연구보고서엔/ 좋은 글들이 가득하다…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손가락만 까딱까딱…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고 싶다.’ 오랫동안 국내 관련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그는 “청소년을 연구하는 직업인으로 살며 청소년에게 빚진 마음이 있었다. 아프리카에 간다는 게 나로선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덕분에 빚진 마음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었다”고 했다.
“비행 청소년들을 실제로 만나보면 예상외로 감수성이 풍부하고 착한 아이들이에요. 다만, 부모와의 애착이 부족하거나 정서적, 경제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등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요. 화를 참을 수 있는 능력, 즉 자기 통제력이 떨어졌던 겁니다.”
과거 폭력, 절도 등을 저질렀던 청소년들은 아프리카에서 큰 선물을 받았다. 에이즈에 걸린 어린이들을 위해 밥을 지었으며, 우물을 파고 학교의 담을 쌓았다.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란 자신감을 키웠다. 이 시인은 “청소년들이 소년원에서 나온 뒤 사회에 잘 적응하려면 직업 교육만큼이나 ‘소셜 스킬’, 즉 사회성과 대인관계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봉사 활동과 같은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시인은 이번 시집의 인세를 한국소년보호협회에 전액 기부할 계획이다. 그와 함께 봉사활동을 떠났던 청소년 1명은 돌아오는 길에 이 시인에게 ‘엄마가 돼 달라’고 말했다고. 이 시인은 “그 아이의 수양엄마가 돼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며 기뻐했다.
“누군가는 왜 큰돈 들여서 해외로까지 보내느냐 말할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남은 인생을 불안정하게 살 수 있었던 청년을 건전한 시민으로 바꾸어 놓는, 말하자면 한 명의 영혼을 구원하는 일이잖아요. 저는 투자할 만한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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