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차진아]2019년, 대한민국의 비전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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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민주주의에 완성형 없어… 현재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중요
생계 어려운 이들 여전히 많아… 성장·분배는 동시에 이뤄야 할 목표
정치 불신 방치하면 민주주의 균열… 국민주권 인정, 기득권 내려놔야

차진아 객원논설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차진아 객원논설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가 시간을 나누어 일 년, 한 달, 혹은 절기를 정해가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 인간의 삶이 유한하기 때문이다. 100년도 안 되는 시간을 보다 의미 있게 쓰고자 해를 나누고, 매해 계획을 세우며, 성취한 것을 점검하고, 다시 새로운 비전을 이루려 노력하는 것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지난 70년 동안 대한민국은 계속 새로운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했고 이를 통해 발전해왔다. 초기에는 경제 발전이, 그리고 1987년 이후에는 민주정치의 발전이 중심 비전이었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신생 독립국 가운데 경제와 민주주의가 가장 발전했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의 2019년 비전은 무엇인가.

경제가 좋다는 정부 주장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19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경제 몰락을 두려워한다. 한편에서는 극단적인 진영논리와 포퓰리즘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30년 전에 비해 경제도 민주주의도 눈부시게 발전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경제든 민주주의든 완성형은 없다. 세계 어떤 나라도 완전한 경제, 누구나 만족하는 민주주의를 실현하지는 못했다. 애초에 그런 것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경제,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노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는 세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첫째, 인간의 본성은 끊임없는 성장과 성취를 지향한다. 현재에 머무른다는 것은 현상 유지가 아닌 퇴보를 의미하며,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서는 완전한 낙오를 뜻한다.

둘째, 인간의 미래는 끊임없는 도전 속에서 발전한다. 도전하지 않는 인간에게 미래는 없다. 더 나은 경제, 더 나은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순간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다.

셋째, 경제와 민주주의 발전을 포기하는 것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 어쩌면 인류 전체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일이 될 수 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인간이 어디까지 추락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객관적으로 볼 때 현재 대한민국의 여건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70년 전 정부 수립 당시는 물론, 30여 년 전 민주화 초기와 비교해도 크게 개선됐다. 일각에서는 지난 정부에 대해 군사독재 시절보다 못하다고도 하지만, 이는 감정적인 표현일 뿐 객관적인 평가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진정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전해오던 경제가 한계에 부닥치고 민주주의의 성장이 혼돈에 빠지면서 드러나고 있다.

30년 전보다 경제가 나아졌어도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여전히 적지 않다. 이 상태에서 경제 발전을 늦추어도 된다고, 성장보다 분배가 우선이기 때문에 성장을 희생시켜도 된다고 안이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성장과 분배 중 양자택일할 것이 아니라 두 가지를 동시에 이뤄야 한다. 이를 해낼 수 있는 유능한 정부가 필요한 것이다.

민주주의의 발전도 마찬가지다. 지난 30년간 많은 정치 발전이 있었지만 국민의 기대 수준은 훨씬 더 높아졌고 정치 불신은 오히려 더 커졌다.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민주주의에 균열이 나타날 우려가 매우 크다. 민주주의가 올바르게 정착되려면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야 모두가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최근 정치개혁특위에서의 여야 대립은 사실 기득권 다툼과 다름없다는 점을 국민이 모를 것이라 생각하는가.

대한민국의 경제를 발전시킨 것은 재벌만의 힘도, 노동자만의 힘도 아니며 국민 모두의 힘이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것 역시 여당만의 힘도, 야당만의 힘도 아닌 전 국민의 의지, 피와 땀이었다. 따라서 재벌이, 혹은 노조가 전승군처럼 행세하는 것도, 여당 또는 야당이 선거 승리만으로 모든 권력을 다 쥔 양 행세하는 것도 옳지 않다. 민주주의란 국민을 주권자로 인정하는 것이다. 국민주권이란 가장 근원적인 힘이 국민에게 있음을 뜻한다. 국민이 그 주권을 함부로 휘둘러서는 안 되겠지만, 4·19혁명이나 6월 민주항쟁 또는 최순실 사태로 시작된 촛불집회처럼 국민 모두를 분개하게 만드는 일이 없어야 한다.

2019년 대한민국의 비전은 주권자인 국민의 눈으로,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경제이건 민주주의이건.
 
차진아 객원논설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민주주의#대한민국 경제#국민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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