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체제 취약성 드러낸 北 대사 망명… 개방국가 외엔 길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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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의 조성길 대사대리 부부가 지난해 11월 공관을 이탈해 잠적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제3국 망명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조 대리대사의 망명 요청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밝혔으나, 현지 언론은 그가 미국 망명을 기다리며 정보기관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조 대사대리를 비롯한 끊이지 않는 탈북 행렬은 북한체제가 안고 있는 근본적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나 외교관처럼 외부세계를 경험한 엘리트층이 느꼈을 절망감과 자괴감 이상의 탈북 사유를 찾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최근 북측으로부터 조 대사대리의 교체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결국 본국 귀환을 앞둔 조 대사대리로서는 질식할 것 같은 폐쇄사회로 다시 가느니 목숨을 건 망명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조 대사대리는 부친과 장인이 모두 대사를 지낸 고위층 집안 출신으로 북한 고위층을 위한 사치품 조달 책임자였다고 2016년 탈북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전한다. 북한 외교관은 사실상 외화벌이 일꾼이나 다름없다.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날이 갈수록 강화되면서 북한 당국은 더욱 외교관들을 외화벌이나 밀수 같은 불법행위로 내몰고 있다. 그 실적에 따른 본국의 추궁과 소환 압박은 이들의 이탈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조 대사대리도 북한대사 추방 등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한 이탈리아에 근무하면서 압박감이 컸을 것이다.

지구상 가장 폐쇄적인 독재체제로부터의 탈출은 정권이 아무리 기를 쓰고 막으려 해도 불가능한 일이다. 북한이 개방적 정상국가로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지 않는 한 극복할 수 없다. 물론 개방에 따른 체제이완과 부작용도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감시를 강화하고 국경을 틀어막아 억압체제를 강화할수록 내부 붕괴의 시한폭탄만 키울 뿐이다. 비핵화를 서둘러 국제사회의 지원 아래 충격을 완화하는 것 외에 김정은 정권이 살 길은 없다.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조성길 망명#태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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