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철강 산업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철강사들이 신사업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차전지에 들어가는 신소재나 미래 자동차에 쓰일 수소 관련 기술을 새로운 먹거리로 정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래 산업의 쌀’을 찾아 나선 것이다.
6일 포스코에 따르면 호주 광산업체 필바라와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말 함께 추진 중인 리튬공장의 생산 규모를 기존 계약보다 33% 확대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초 포스코는 필바라에서 공급하는 리튬정광을 이용해 2020년부터 연간 3만 t 규모의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이 생산 규모를 연간 4만 t으로 확대했다.
전기차 배터리 등 2차전지에 들어가는 리튬은 ‘하얀 석유’로 불린다. 전기차는 물론 스마트폰 등 첨단 기기의 동력원인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이기 때문이다.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던 철강 제품을 만들어 온 포스코가 미래 산업을 위한 소재 생산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포스코는 2차전지에 쓰이는 음극재와 양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을 4월 합병해 연구개발 역량을 한곳으로 모으고 추가 생산 공장을 2, 3년 내로 완공할 예정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이 증가하면서 배터리 시장 역시 확대되는 흐름에 맞춰 배터리 소재 생산을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도 기존의 조선용 후판, 차량용 강판을 뛰어넘어 미래차에서 활로를 찾았다.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자동차가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차와 관련된 제품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수소차에서 수소와 산소를 결합시켜 전기를 만들어내는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금속분리판을 생산하는 공장을 충남 당진시에 세우고 올 4월 양산을 앞두고 있다. 이 공장에선 매년 수소차 8000대 분량의 금속분리판을 생산할 수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금속분리판은 연료전지 가격의 6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제철소에서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가스를 이용해 이미 차량에 쓰이는 연료용 수소를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새해 들어 철강업계는 조선, 건설업계와 제품 가격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가격 인상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철강사들과 국내 조선사들은 최근 올 상반기 후판 가격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두께 6mm 이상의 철강 제품을 말하는 후판은 조선사가 주요 수요처다. 철강업체들은 지난해 적자를 이유로 후판 가격을 t당 5만 원가량 올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조선사들은 조금씩 살아나는 조선업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며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시장 정체와 중국의 증산 가능성 등으로 올해 철강 산업은 가격 면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새로운 소재 산업에 나서는 것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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