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몰 투자 물꼬 트자… 힐튼-이케아 돈싸들고 찾아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7일 03시 00분


[2019 신년기획 기업이 도시의 미래다]<7>동부산 관광 메카 된 부산 기장

벌판이 롯데타운으로 부산 기장군 롯데몰 동부산점이 생기기 전 이 일대 모습(왼쪽 사진)과 현재 모습. 2014년 문을 연 롯데몰 동부산점에는 타 지역 고객들은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까지 찾아 지난해 610만 명의 방문객이 몰렸다. 롯데쇼핑 제공
벌판이 롯데타운으로 부산 기장군 롯데몰 동부산점이 생기기 전 이 일대 모습(왼쪽 사진)과 현재 모습. 2014년 문을 연 롯데몰 동부산점에는 타 지역 고객들은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까지 찾아 지난해 610만 명의 방문객이 몰렸다. 롯데쇼핑 제공
“멸치, 미역밖에 없는 작은 어촌마을이었지. 멀리 갈 것도 없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동용궁사 아니면 기장으로 가자는 손님이 아예 없었다니까.”

지난해 12월 21일 부산역에서 롯데몰 동부산점이 있는 기장읍으로 향하는 택시에서 60대 운전사는 기장읍을 이렇게 설명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는 그는 “용궁사 빼면 그 촌마을에 갈 일이 뭐가 있겠냐”면서 “롯데몰이 들어오면서 동네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요즘은 시내에서 기장까지 가는 쇼핑객을 많이 태운다”고 말했다.

차로 40분가량을 달려 기장읍 마을 어귀에 도착했다. 고층 빌딩과 대형 선박이 곳곳에 보이던 부산 시내 풍경과는 사뭇 다른 고즈넉한 모습이었다. 항구 주변에는 작은 고깃배와 오래된 집들이 보였다. 토박이 택시운전사 말대로 기장의 첫인상은 평범한 어촌마을이었다.

○ 롯데몰 입점 이후 상전벽해
차를 타고 5분 남짓 더 이동해 ‘오시리아 관광단지’ 주변에 이르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롯데아울렛,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등 13만2231m²(약 4만 평)의 대규모 유통시설이 눈에 띄었고 인근 부지에서는 가구 전문점 이케아 동부산점 조성 공사가 시작됐다. 이케아코리아는 2020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몰 전망대에 올라가자 주변 풍경이 좀 더 또렷하게 들어왔다. 세계적인 호텔인 힐튼호텔과 아난티콘도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지난해 개장한 힐튼호텔 부지에는 숙박시설뿐 아니라 대규모 수영장, 고급 레스토랑 등 각종 편의시설이 함께 들어섰다. 부산을 방문하는 외국 귀빈들의 숙박이나 공식 행사도 이곳에서 다수 진행되고 있다. 대형 컨벤션센터와 고급호텔이 밀집한 부산시내 외에 외곽인 동부산까지 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변화의 조짐은 2012년 11월 롯데가 동부산에 아웃렛 출점을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부산시는 2006년부터 ‘동부산 관광단지 개발계획’을 추진 중이었다. 해운대, 광안리 등 부산 유명 관광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한 동부산에 특화된 관광단지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이었다. 문제는 기업 유치였다. 해동용궁사와 작은 어촌마을이 전부인 허허벌판에 선뜻 투자를 결심하는 기업은 없었다.

사업 추진 후 5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던 개발계획은 롯데가 뛰어들면서 180도 달라졌다. 4만 평에 이르는 대규모 부지에 아웃렛, 마트, 영화관 등 통 큰 투자를 결정한 롯데는 2년여의 공사 끝에 2014년 롯데몰을 열었다. 동네사람뿐이던 기장읍에 개장 첫날에만 수만 명이 몰렸다. 김재범 롯데몰 동부산점장은 “개점 초기 매주 10만 명 이상이 찾아왔다. 부산뿐 아니라 울산, 광주 등 타 지역에서도 방문했다”고 말했다. 태국, 대만,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까지 롯데몰을 찾으면서 동부산몰의 매출은 롯데 전체 아웃렛 중 1위를 차지할 만큼 급성장했다.

기장읍에 롯데몰이 자리를 잡으면서 동부산 개발계획에 속도가 붙었다. 아난티, 힐튼호텔 등 최고급 숙박시설이 들어섰고 글로벌 가구 브랜드 이케아도 입점 계약서에 사인했다. 지지부진하던 교통 인프라 조성 공사도 롯데몰 주변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조기 착공됐다. 부산시 관계자는 “롯데몰이 들어선 후 개발계획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앞으로도 테마파크, 문화예술단지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롯데몰에는 동부산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한 다른 지자체 공무원이 여럿 있었다.

○ 지역 채용·지방 세수도 증가

기장읍에서 학창시절을 모두 보낸 김소라 씨(27)는 2015년 롯데몰 동부산점에 취직했다. 나고 자란 곳에서 일하는 김 씨는 입사 첫날을 ‘동창회’로 표현했다. 김 씨는 “롯데에서 지역 출신을 많이 채용해서 매장에 아는 얼굴이 많았다”면서 “마치 초중고교 동창회를 하는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씨는 “롯데몰이 들어서기 전 동네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식당 아르바이트가 대부분이었다”면서 “대형 쇼핑몰이 생기면서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몰이 들어선 이후 지역 일자리와 세수가 크게 증가했다. 기장군에 따르면 지방세 징수 실적은 롯데몰 개장 초기인 2014년 813억 원에서 2015년 1032억 원, 2017년 1341억 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지역 일자리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롯데에 따르면 전체 직원 2200명 가운데 약 2000명은 기장군 인근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외 타 지역 관광객도 급증했다. 롯데에 따르면 롯데몰 동부산점의 지난해 방문객은 610만 명가량으로 부산 외 지역에서 유입된 고객이 전체의 43.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인근 해변을 따라 카페나 숙박시설도 눈에 띄게 늘었다. 대부분 최근에 지은 신식 건물들로 스타벅스, 엔제리너스커피 등 대형 커피전문점이 곳곳에 보였다. 인근 송정호텔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카페 등 상업시설이 전혀 없었다. 저녁이 되면 침묵이 흐르는 동네였다”면서 “롯데몰이 들어선 후 모텔 등 숙박시설과 카페가 각각 30, 40개 이상 들어섰다”고 말했다.

동부산에는 2021년까지 테마파크와 아쿠아월드도 들어설 예정이라 또 한 번의 상전벽해가 기대된다.

기장=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롯데몰 투자#힐튼-이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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