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송혜교)은 호텔 사업차 떠난 쿠바에서 차량 사고를 겪는다. 하필 현지 가이드가 운전 부주의로 들이받은 것은 배낭여행을 온 진혁(박보검)이 앉아 있던 카페 테이블. 석양을 보러 갔다가 소매치기를 당한 수현은 또 우연히 진혁의 도움을 얻는다. 귀국길에 오르기 전 공항에서 둘은 다시 한 번 우연히 마주친다.
헐거운 이야기를 메우기 위한 무리수였을까.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는 우연으로 얼룩져있다. 밑도 끝도 없는 우연한 만남이 줄을 잇는 이야기는 개연성을 잃은 지 오래다. 예상대로, 한국에 돌아온 진혁은 수현이 대표로 있는 동화호텔에 입사하며 우연을 이어간다.
“추억까지 구입할 순 없잖아요.” “마법에 걸린 것으로 해두죠.” “나는 갑니다. 로마의 휴일 공주님.” 일부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의 ‘오글거리는’ 대사들을 모아 온라인에 게재하기도 했다. 남녀의 상황만 바뀌었을 뿐, 진부한 ‘신데렐라 스토리’에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덩달아 시청률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송혜교와 박보검 조합으로 방영 전부터 큰 화제였지만, 2회에 최고 시청률 10.3%(닐슨코리아)를 기록한 뒤 최근 2일에 방영한 9회는 7.8%까지 하락세다.
이야기 맥락과 무관한 과도한 간접광고(PPL)도 몰입을 방해한다. 수현의 운전기사 명식(고창석)은 진혁을 불러내 “마시니까 몸이 가볍다”며 음료수를 건넨다. 진혁은 “모델 사진을 봤는데 대표님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수현에게 립스틱을 건넨다. 해당 브랜드의 실제 모델이 송혜교인 것은 함정이다.
그나마 드라마 초반 쿠바를 배경으로 두 남녀의 ‘썸’을 이국적이고 역동적인 색채감으로 그려낸 영상미는 볼거리. 그래서일까. 3일 10회에서 둘은 다시 쿠바를 찾았다. 16부작으로 반환점을 돈 ‘남자친구’가 “송혜교와 박보검의 미모로 모든 것을 ‘퉁’친다”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 숱한 우연을 그럴듯한 운명으로 설득력 있게 포장하는 일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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