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대사 망명 파장]2차정상회담 추진 미묘한 시점
국무부, 조성길 관련 답변 회피… WP “美 망명땐 김정은 큰 타격”
지난해 11월 잠적한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 대사대리의 미국 망명 신청설에 대해 미 정부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조 대사대리의 신변 안전과 관련된 문제인 데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을 앞둔 미묘한 시점이라는 이유에서 신중하게 대응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국무부는 5일 동아일보·채널A의 망명 신청 관련 질의에 “(연방정부 셧다운 등으로) 현재 언론 대응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는 원론적인 언급만 했다. 미 중앙정보국(CIA)도 언론의 질의에 “망명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요청을 다루는 국무부에 문의하라는 것 외에 달리 전할 내용이 없다”고만 답했다. 외교안보 분야 관계자들도 이 사안에 대해 모두 함구하고 있다.
이와 달리 국내 전문가와 미국 언론들은 조 대사대리의 행방에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방미가 전격 취소된 배경에 조 대사대리의 잠적이 있었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지난해 11월) 북한이 ‘절대 미국이 조 대사대리 행방에 개입하면 안 된다’라고 메시지를 보냈을 것”이라며 “(김영철 방미 취소와 조 대사대리 잠적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AP통신은 “북한 엘리트 출신 고위직의 망명이 서울, 워싱턴과의 외교적 대화를 추진하는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크게 당황스러운 일”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지난 1년간 전례 없는 외교적 접촉을 시도하면서 국제적으로 합법적 정상의 지위를 확보하려던 김정은에게 굴욕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장승길 전 주이집트 북한대사관 대사,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 등 전직 외교관들의 망명 사례를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조 대사대리의 미국행이 성사된다고 해도 극비리에 이뤄지고 확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장승길 대사가 미국으로 망명한 지 20여 년이 되도록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 것처럼 북한 고위 인사의 망명은 철저한 보안 유지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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