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11시경 대구 중구 태평로 중구보건소. 4층 중구노인복지관에 들어서자 커피향이 물씬 풍겼다. 로비 중앙의 카페에서 어르신 바리스타들이 주문받은 커피를 내리느라 분주했다. 테이블마다 어르신들이 커피 잔을 들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 카페의 이름은 ‘태평살롱’. 복지관이 있는 태평로에서 따왔다. 살롱(salon)이라고 부른 까닭은 단순한 카페를 넘어 어르신들끼리 문화를 공유하는 공간의 역할을 하고자 해서다. 방을 뜻하는 프랑스어인 살롱은 19세기 프랑스에서 남녀노소, 신분, 직위에 상관없이 모여 대화하고 취미를 즐기는 사교 공간이었다. 이를 통해 살롱문화가 유행했다. 일본에서는 최근 시니어 살롱이 노인복지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 살롱만 6만 곳. 매일 노인들이 모여 어울리며 바둑이나 뜨개 등의 취미를 함께하고 있다. 태평살롱에서도 지역 노인들이 모여 공연과 영화, 바둑, 장기, 보드게임 등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고 있다.
2017년 12월 신축한 지상 6층 규모 중구보건소의 4∼6층을 차지한 복지관은 4층 중앙 로비를 활용할 방안을 찾다가 지난해 8월 대구시의 ‘공유 공간 조성사업 공모’에 선정돼 3500만 원을 지원받아 태평살롱을 만들었다.
태평살롱에서는 크고 작은 공연과 문화행사가 열린다. 지난달 7일 열린 제11회 태평마을축제에서 복지관의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들은 어르신들이 갈고 닦은 댄스와 체조, 하모니카, 오카리나, 요가 실력을 뽐냈다. 공연뿐만 아니라 각종 전시도 하며 노인 대상 공개강좌를 열기도 한다.
태평살롱은 복지관에서 바리스타 과정을 수료한 어르신 10명이 자원봉사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음료 가격은 1000∼2000원으로 부담 없는 수준이다. 매주 월∼금요일 오전 9시 반∼오후 4시 문을 연다.
바리스타 자원봉사자 모임 최창호 회장(66)은 “나이가 들면서 마땅히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손님들에게 커피를 대접하고 여러 사람들과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며 소통하니 제2의 인생을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태평살롱 이용객들은 “아주 좋다”고 입을 모았다. 중구 태평로2가에 사는 이범출 씨(73)는 “그동안 갈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커피를 마시며 친구들과 얘기를 나눌 수 있고 여가시간에 취미생활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생기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며 웃음 지었다.
복지관은 중구에 태평살롱 2, 3호점을 만드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류규하 중구청장은 “태평살롱이 지역 어르신의 커뮤니티 공간이자 신(新)노인문화를 선도하는 무대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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