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부산 금정구 침례병원의 경매 일정이 확정되면서 공공의료기관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부산지법은 17일 오전 10시 침례병원에 대한 1차 경매를 실시한다고 7일 밝혔다. 법원은 “경매가 지연될수록 건물 유지관리 비용 등이 가산된다”며 “침례병원 경매는 부동산 매각 절차에 따라 결정됐다”고 말했다.
침례병원의 최초 경매 기준가는 859억 원이지만 유찰되면 경매가는 더 떨어진다. 매수 의향자가 없으면 경매는 몇 차례 더 진행된다. 법원은 “경매가 지연될수록 채권자의 몫이 줄어들게 된다. 특히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한 임금채권자들이 수백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경매를 계속 연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62년 역사의 침례병원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2017년 7월 끝내 파산했다. 파산 당시 총자산은 895억7900만 원인데 부채가 967억1600만 원가량이었다. 부채 가운데 퇴직금을 포함한 체불임금은 300억 원대인데 유동자산은 35억7300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1955년 부산 영도구 영선동에 문을 연 침례병원은 1968년 동구 초량동으로 이전한 뒤 환자가 늘어나면서 1999년 금정구 남산동에 608병상 규모로 확장 이전했다.
파산 소식이 알려지자 보건의료노조 등 30여 개 지역 시민단체는 침례병원을 공공의료기관으로 전환하자고 주장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2016년 시장 후보 시절 보건의료노조와 정책협약을 맺고 “침례병원을 민간에 넘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시는 지난해 7월 ‘침례병원 공공병원 추진 민관 공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이 같은 문제를 검토했다. 하지만 침례병원의 초기 인수자금이 600억 원 정도로 예상되는 데다 리모델링과 장비 도입, 인력 수급 등에 1500억 원 정도가 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시가 이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컸다.
시민단체는 시가 병원 인수 계획을 구체적으로 법원에 제출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자세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7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침례병원의 공공의료기관 전환은 오 시장의 주요 공약 사항인데 예산과 행정 절차를 이유로 매각이라는 위기 상황을 맞았다.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아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침례병원이 끝내 민간에 매각되면 오 시장은 공약 파기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도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자유한국당 부산시당은 최근 논평을 통해 “오 시장이 공공의료벨트를 구축하겠다며 내세웠던 공약 중 하나인 침례병원의 공공병원 전환이 큰 위기에 처했다. ‘시민이 행복한 건강안전도시’를 만들겠다던 공약을 언제,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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