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자업계의 최대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 TV 콘텐츠 분야에서 동맹을 맺었다. 올해 동영상 콘텐츠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애플이 넷플릭스, 아마존, 유튜브 등 기존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삼성전자 TV에 아이튠스 등 자사 콘텐츠 플랫폼을 탑재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9’ 개막을 이틀 앞둔 6일(현지 시간) 삼성전자는 자사 스마트 TV에 애플의 영상 콘텐츠 플랫폼인 ‘아이튠스(iTunes) 무비·TV쇼’를 기본 탑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이튠스 무비&TV쇼는 애플이 올해 상반기에 출시할 비디오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다.
이번 협업에 따라 2018년 상반기 이후 출시된 삼성 스마트 TV를 사용하는 고객은 별도로 스마트폰이나 셋톱박스 등 기기를 연결하지 않고도 TV 메인 화면에서 아이튠스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클릭해 관련 콘텐츠를 볼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 스마트 TV 기본 화면에는 넷플릭스, 유튜브, 아마존 등 주요 업체들의 콘텐츠 플랫폼이 앱 형태로 깔려 있는데 여기에 아이튠스도 하나 추가되는 것이다.
아이튠스 외에도 애플 기기에 저장돼 있는 음악, 영상, 사진을 외부 기기와 연동해 스트리밍해 주는 기능인 ‘에어플레이2’도 삼성 스마트 TV에서 이용할 수 있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애플이 아이튠스를 다른 회사 하드웨어에 탑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자업계에서는 그동안 넷플릭스가 독주하던 오리지널 콘텐츠 시장에 애플과 디즈니, AT&T 등이 잇달아 뛰어들면서 시장이 재편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 틈을 노린 애플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TV 최강자인 삼성전자와 손을 잡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 애플은 자체 셋톱박스인 ‘애플 TV’와 iOS(애플 자체 운영체제) 내 앱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현재까지 영화, TV 드라마 등 수만 편을 확보했으며 지난해에는 자체 콘텐츠 제작을 위해 약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애플의 콘텐츠를 더 많은 소비자에게 확산시키려면 해마다 수천만 대의 TV를 글로벌 시장에 팔고 있는 삼성전자와의 협업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한 해에만 4500만 대의 TV를 판다”며 “2년에 1억 대씩인 셈인데 아무리 애플이 삼성과 경쟁관계라 해도 외면하기 힘든 숫자”라고 했다.
2006년 이후 세계 TV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는 최근 초대형·고화질 TV에 주력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지난해(11월 누적 기준) 미국 TV 시장에서는 34.8% 점유율로 LG전자(15.2%)와 소니(10.3%)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로서도 미국 내 스마트폰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은 애플과 손잡으면서 세계 최대 TV 시장인 미국에서 안정적인 독주 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스마트폰 분야에서 특허 분쟁을 벌이며 치열한 경쟁을 이어온 삼성전자와 애플이 이번에는 각자의 강점을 내세워 ‘윈윈’에 나선 모습”이라며 “초고화질 영상 시대가 본격 막을 올리면서 콘텐츠와 하드웨어 업체들 간 합종연횡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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