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총선 3개월 앞두고 정면충돌
이스라엘 15년 집권 중동 스트롱맨, “총선전 기소돼도 사임 않을것”
야당-언론 “법치 무너뜨리지 말라”, 국민 3분의 2는 총선前 기소 원해
“내 결백을 확신한다. 마녀사냥을 멈춰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70·사진)가 7일(현지 시간) 생방송으로 진행된 대국민 연설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한 말이다. 그는 “총선 전 나를 기소하는 것은 판결이 끝나기도 전에 도둑의 팔을 잘라버리는 것”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재선을 위한 정치 활동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설사 기소되더라도 사임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날 발언은 자신의 정치 생명을 결정지을 4월 총선을 약 100일 앞두고 이스라엘 검찰과 경찰이 주장한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을 공개 부정하며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맺은 정전협정에 대한 이스라엘 사회의 내부 반발, 자신과 가족의 부패 수사 등으로 입지가 흔들리자 올해 12월로 예정됐던 총선을 8개월이나 앞당겼다. 그는 또 “나의 부패를 주장하는 이들과 직접 대면하겠다. 그러면 이스라엘 국민들이 완전한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사임을 요구하는 야권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스라엘 언론들도 ‘총리가 마피아 두목처럼 행동했다’ ‘법치를 무너뜨리고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법무부도 성명을 통해 “총리에 대한 수사는 공정하고 전문적으로 진행됐다”고 맞섰다.
강력한 반대파 탄압 등으로 ‘중동의 스트롱맨(strongman·강력한 지도자)’으로 불리는 네타냐후는 1996∼99년 제13대 총리를 지냈고 2009년 다시 총리에 올라 지금까지 집권하고 있다. 올해 총선에서 승리하면 다비드 벤구리온 초대 총리를 제치고 역대 최장수 이스라엘 총리가 된다. 하지만 거듭된 부패 스캔들 등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특히 자신이 직접 임명한 이스라엘 검경 수장들이 그의 부패 혐의를 끈질기게 수사하고 있다. 이스라엘 경찰은 세 차례나 공개적으로 네타냐후 총리의 범죄 혐의를 지적하며 검찰 기소를 요구한 상태.
이들은 네타냐후 총리와 부인 사라(61)가 자신들에게 긍정적인 기사를 써주는 조건으로 최대 통신사 베제크 텔레콤에 여러 편의를 봐줬다고 보고 있다. 또 사업가들에게서 고액의 선물을 받거나 특정 언론에 유리한 보도를 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도 있다. 부인 사라는 이와 별도로 재판도 받고 있다. 총리 공관에 전속 요리사가 있는데도 외부 식당에서 굳이 음식을 구입하는 데 10만 달러(약 1억1200만 원)를 써 사기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한 현지 언론 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 약 3분의 2가 ‘총리의 기소는 반드시 총선 전에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더 이상의 혼란은 없어야 한다는 국민들의 바람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를 둘러싼 찬반양론이 워낙 팽팽해 현지 언론 및 외신들도 4월 조기 총선의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총선에서 지면 미국의 ‘신(新)중동 평화 계획’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그간 미국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아랍국가의 갈등을 최대한 가라앉혀 중동 평화를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을 취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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