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고기반찬 없이는 밥을 안 먹고, 어른들도 고기를 먹어야 제대로 대접받았다고 여긴다. 특히 우리 민족의 한우에 대한 애정은 길고도 깊다. 긴 세월 농경사회의 기초 노동력을 제공해온 소를 잡기 어려웠으니 식육의 욕망이 상당히 억눌렸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삼면이 바다인 반도국가임이 무색하게 고깃집이 압도적으로 많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장, 뼈와 살코기를 구석구석 부위별로 세밀하게 분류하여 즐기다 보니 세계 최고의 도축기술을 자랑한다. 덕분에 고기 좀 먹는다는 이들은 와인이나 커피처럼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부위를 구별해내기도 한다니 우리 땅 우(牛)선생들은 영혼조차도 환생 불가 지경이다.
육질이 부드러우면서 육즙이 풍부하고 마블링이 좋아 풍미가 우수한 부위는 단연코 등심이다. 그중에서도 6번째 등뼈와 9번째 등뼈 사이의 꽃등심을 최고로 친다. 윗등심 등뼈에 붙어 있는 살치살은 꽃등심 만큼이나 마블링이 좋아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소를 몰 때 채찍의 끝이 닿는다 하여 채끝살이라 부르는 허리뼈 아래쪽 등심은 육질의 고소한 맛을 느끼기에 좋은 부위다. 치마허리의 주름과 비슷한 치맛살은 언뜻 보기에 결이 거칠어 보이지만 육즙이 풍부하고 쫄깃하며 은근한 단맛이 있어 씹는 맛으로는 이만한 부위가 없다. 갈비와 내장을 연결하는 안심 옆에 붙어서 내장을 붙잡고 있는 토시살과 횡경막인 안창살, 목심과 등심을 잇는 긴 목심으로 소 한 마리에서 딱 한 근 나온다는 제비추리 등이 구이용으로 인기다.
양념으로 버무린 주물럭이나 불고기보다 부위별로 맛의 차이를 감별하며 즐기기에 적합한 생고기 구이가 대세다. 한우만을 취급하며 고깃집 특유의 시끄럽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바꾸고 고기의 퀄리티뿐 아니라 메뉴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모던한 고깃집들이 생겨나고 있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부위를 프라이팬에서 구워내는 ‘부첼리하우스’는 숯불이 아닌 팬으로도 충분히 고기를 맛있게 구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기에 곁들이는 서양식 감자튀김이나 채소요리인 사이드 디시를 먹는 재미도 있다. 전통적인 숯불구이 방식으로 원하는 양만큼 깔끔하게 구워주는 ‘R고기’는 한식과 양식, 일본식을 적절히 섞어 취향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는 식사 메뉴들도 괜찮다. 강원도 횡성에서 서울로 이전한 ‘우가’는 도기로 제작한 불판에 굽는 방식이 특이하고 차돌박이를 올려주는 초밥이 인기다. ‘모퉁이우 RIPE’는 고기의 질도 최고지만 서양식 육회, 구이, 샤부샤부, 탕, 솥밥 등 부위별 특징을 살린 다양한 방법으로 고기 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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