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적인 4차 방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이 그간 북-미 핵 담판을 앞둔 시점마다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듯한 행보를 보인 데 따른 경계감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또 무역전쟁으로 미국과 중국 또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도 한몫하고 있다. 북미중 3국의 이런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실마리를 찾는 듯한 비핵화 협상의 전도가 밝게 보이지만은 않고 있다.
○ 되살아나는 ‘중국 배후론’ 경계심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미국 국무부, 백악관, 중앙정보국(CIA)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북한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입김이 어떤 방향과 강도로 작용하느냐에 따라 비핵화 협상에 임하는 북한의 전략과 태도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 정상회담 전후 이른바 ‘중국 배후론’을 제기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5월 북한이 두 번째 북-중 정상회담 이후 기존의 유화적 태도에서 강경 입장으로 선회하자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뒤 태도가 달라졌다”며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같은 해 7월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중국이 북한에 ‘부정적 압력’을 넣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공교롭게도 미중 양국은 7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다. 90일간의 휴전 시한(3월 1일)을 앞두고 지식재산권 등 민감한 쟁점들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다. 미국의 잇단 관세 폭탄으로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중국이 북한을 또 다른 협상 카드로 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반도 평화안정 수호와 한반도 핵문제 정치 해결을 추동하는 세력”이라며 “중국은 앞으로 각 측과 함께 노력해 (핵문제 해결) 과정을 추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셈이다.
○ “북-중, 트럼프와의 회담 전략 조율”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김 위원장의 방중 이유에 관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전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얼굴을 맞대고 전략을 조율할 기회”라며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시 주석의 조언을 구하거나 북-중 동맹관계를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미국의 대북한 제재가 상당히 가혹한 처사라는 점을 계속 강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다자협상을 언급한 점도 미국으로서는 상당히 신경 쓰이는 부분. 북한이 종전선언에서 평화협정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논의 과정에 중국을 적극 끌어들이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이 북한과의 공조를 강화하며 북-미 정상회담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하면 미국의 전선은 더 넓어지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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