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시진핑 정상회담]北-中 정상회담 첫날
中, 김정은 35세 생일 맞춰 초청… 환영연회에 상무위원 등 대거 출동
21량 전용열차 타고 온 김정은… 황금빛 휘장 달린 전용 벤츠로 이동
中 상무부 청사에선 美中 무역협상… 北-中, 美 보란듯이 밀착관계 과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35세 생일인 8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정상회담을 한 뒤 환영 만찬을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 20분경(현지 시간) 숙소인 댜오위타이(釣魚臺)를 출발해 북-중 정상회담장인 인민대회당으로 향했다.
곧바로 오후 4시 30분부터 정상회담이 시작돼 1시간 동안 시 주석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양국의 협력 방안 등을 협의했다. 오후 6시에는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인민대회당에 도착했고, 가장 화려한 내부 장식으로 유명한 진써다팅(金色大廳) 연회장에서 생일축하연과도 마찬가지인 환영 만찬에 함께 참석했다. 올해가 북-중 수교 70주년인 만큼 환영 연회의 규모도 화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상무위원(최고지도부)과 정치국 위원이 대거 출동했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은 오전 10시 45분경 베이징 기차역에 도착했다. 북한에서 가져온 황금빛 휘장이 달린 번호판 없는 특대형 검은색 전용 차량 메르세데스벤츠를 타고 영빈관 댜오위타이로 향했다.
김 위원장 일행은 곧바로 베이징 중심 도로인 창안제(長安街)로 들어서면서 중국 상무부 청사를 지나갔다. 베이징역에서 불과 1km 거리에 있는 상무부 청사에선 미중 양국이 무역전쟁 휴전 시한(3월 1일) 전에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을지 가늠하는 탐색전인 차관급 무역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북핵 문제와 미중 무역협상이 묘하게 겹치는 장면이다. 김 위원장이 생일임에도 새해 벽두부터 베이징을 찾은 것은 공식적으로 초청한 시 주석이 이날을 원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북핵 문제와 미중 무역전쟁의 연계를 거부해온 중국이었기에 이 장면은 더욱 이례적으로 비쳤다. 이 때문에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직면한 시 주석이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북한 카드’를 흔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 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미국에 “새로운 길을 갈 수도 있다”고 경고한 이후여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시 주석은 전날인 7일엔 하루 종일 새해 첫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주재하면서 당 중앙 권위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 도착하기 직전인 8일 오전 10시 반부터는 베이징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장려대회에 참석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지난해 3차례 북-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했으나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엄격 준수를 이유로 속도를 내지 못하자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자 국면 전환을 노리는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다시 만난 것이다. 북-중 간 전략적 밀착을 극적으로 과시한 셈이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이날 “북-미 접촉에서 중국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계속 존재할 것이다. (중국 아닌) 다른 국가는 대체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베이징역에 도착한 녹색의 김 위원장 전용 열차는 21량에 달했다. 중국의 상무위원급 인사가 플랫폼에 직접 나가 김 위원장을 맞았다.
댜오위타이로 이동하는 김 위원장과 리설주가 탄 차량 주변에만 중국 사이드카 4대가 둘러싸는 등 중국은 호위에도 각별한 신경을 썼다. 그 뒤로 김 위원장의 수행원들을 태운 대형버스와 구급차 등 차량 30여 대의 행렬이 줄지어 따랐다.
김 위원장은 정상들이 묵는 댜오위타이 18호각에 짐을 푼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9일 중국 개혁개방의 성과를 볼 수 있는 베이징 인근의 톈진(天津) 등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지방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중 수교 70주년 의미를 살리기 위해 동북3성 지역을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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