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과 1시간 회담서 논의한 듯… 北-美정상회담 협상 전략 공조
美와 무역전쟁중인 中 끌어들여… 다자 틀로 비핵화 협상력 높이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중국 베이징을 전격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지난해 3월 첫 방중 이후 10개월 동안 무려 네 번째 시 주석을 찾은 것이다. 신년사에서 미국을 겨냥해 ‘새로운 길’의 가능성과 ‘다자협정’을 언급한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 주석과 협상 전략을 논의하고 종전선언을 넘어 중국을 포함시킨 평화협정 논의를 본격화한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45분경(현지 시간) 전용열차를 타고 베이징역에 도착한 뒤 영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로 이동했다. 부인 리설주,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처음 방중길에 나란히 동행했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 등 핵심 대미라인과 박태성 과학교육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등 핵심 실세들도 따라나섰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약 1시간 동안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과의 회동은 지난해 6월 20일 이후 202일 만이다. 당시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마치자마자 시 주석을 찾았던 김 위원장이 이번엔 2차 북-미 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찾은 것이다.
북한은 비핵화 방식과 대북제재를 놓고, 중국은 무역전쟁을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만큼 북-중이 ‘2인3각’으로 올해 어떻게 미국에 대응할지를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한 만큼 비핵화 협상의 틀에 중국을 공식적으로 포함시키는 것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 도착한 후 가진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변수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국은 줄곧 한반도 핵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는 데 중요한 동력이었다”며 비핵화 협상의 ‘상수’로서 평화협정 논의에 보다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회담을 마치고 인민대회당에서는 대규모 환영 연회가 열렸다. 이날은 김 위원장의 35번째 생일이어서 시 주석이 생일잔치를 열어 준 셈이 됐다. 김 위원장은 9일엔 베이징 인근 톈진(天津) 등으로 경제시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새해 첫 정상외교로 북-미와 북-중 회담을 저울질하다가 중국으로 방향을 틀자 트럼프 행정부는 공식 반응을 삼간 채 베이징발 메시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북-중 교류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디딤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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