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말을 두 번 했다. 지난해 그가 밝혀 단기 집값 상승을 부른 여의도·용산 개발이나 강북 우선 투자계획 등이 과거 다른 시장의 개발정책과 비슷하지 않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 첫머리에서다. 박 시장의 인터뷰를 보거나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 말을 하는 그의 억양과 톤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박 시장은 인터뷰에서 ‘전혀 그렇지 않다’는 말을 자주 한다. 지난해 그가 한 방송 인터뷰를 조금만 훑어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1월 JTBC 인터뷰에서 미세먼지 저감조치로 내놓은 대중교통 무료 대책이 예산 낭비 아니냐는 질문에 박 시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8월 SBS 인터뷰에서 강북 투자 계획이 편향성 논란이 있고 토건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역시 이 말을 했다. 이 인터뷰에서만 3번 했다. 12월 YTN 인터뷰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인터뷰는 아니지만 10월 국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도 이 말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전혀 그렇지 않다’라는 말은 질문에 대한 강한 부정이다. 질문자에게 ‘당신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답변이다. 실제 박 시장은 질문자에게 “언론만(혹은 기자 당신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종종 말한다. 방송 앵커든 신문기자든 박 시장을 인터뷰하는 사람들이 개인적인 질문을 던지지는 않는다. 적게 잡더라도 시민 10명 중 3명은 ‘그런 거 아닐까’ 의심하는 문제를 대신 묻는다. 질문 자체를 무의미하다고 보는 듯한 이런 말이 나오면 생산적인 소통이 이어지기 어렵다.
박 시장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변한 질문 내용은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보기 힘든 것이 대부분이다. 박 시장은 그의 정책이 개발 위주 정책으로 전환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때마다 더 펄쩍 뛰면서 이 말을 했다. 하지만 “여의도를 한국의 맨해튼으로 바꾸겠다”는 그의 말이 재임 1, 2기 때 강조하던 마을 단위 재생사업과 궤를 같이한다고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여의도·용산 개발 발언 후폭풍 때문에 다음 단계로 구상하던 도봉구, 금천구 등의 개발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는 푸념이 서울시 내부에서조차 들린다. 과거보다 개발에 좀 더 방점을 찍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터무니없는 얘기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지난해 미세먼지 줄이자며 내놓은 대중교통 무료 정책이 세금 낭비라는 지적에 박 시장은 발끈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올겨울부터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아예 검토하지 않고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표현은 언어적 습관일 수도 있다. 하지만 리더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중요하다. 합리적인 비판과 문제제기를 오해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내가 당신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는 메시지만으로도 긍정적 효과를 준다. 박 시장이 수차례 말했듯 서울시장이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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