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석前 사법부 신뢰 호소할듯… 대법, 경찰 병력 요청해 경비 강화
‘친정서 회견’ 놓고 논란 불거져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이 11일 오전 9시 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에 앞서 서울중앙지검의 포토라인이 아닌 대법원에서 대국민 입장을 발표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법률대리인인 최정숙 변호사는 9일 “양 전 대법원장이 2017년 9월까지 대법관과 대법원장으로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대법원에서 11일 오전 9시쯤 입장을 밝히는 게 좋겠다고 최근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또 “대국민 입장을 먼저 밝힌 뒤 취재진 질문 3, 4개 정도에는 답을 할 예정이다. 조사내용에 대해서는 답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대법원 청사 1층 로비 등을 기자회견 장소로 검토하고 있다. 기자회견이 끝나면 양 전 대법원장이 수사를 받게 될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걸어서 이동하거나 차량을 이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공개 석상에 서는 것은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기 전인 지난해 6월 초 경기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가졌던 기자회견 이후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당시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한 적이 결단코 없으며 재판을 놓고 흥정한 적도 없다”며 재판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7개월 만에 다시 기자회견을 갖는 양 전 대법원장은 전·현직 대법관과 현직 판사 등 수십 명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사법부 신뢰가 떨어진 것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인정하는 발언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장으로서 처음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는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기자회견’ 방안을 공개하자 대법원과 검찰은 모두 당황하는 분위기다. 대법원 관계자는 “아직 양 전 대법원장의 장소 협조 요청이 접수되지 않았다. 요청이 오더라도 장소 사용을 허가할지 내부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후배 판사들이 근무하는 곳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이 만들어놓은 피의자 프레임의 상징인 포토라인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 수사에 협조한 김명수 대법원장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당일 서울중앙지검과 대법원 주변에 집회 신고가 다수 접수돼 있어 양 전 대법원장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시위대와 양 전 대법원장 측이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11월 김 대법원장의 차량에 화염병이 투척된 전례가 있어 대법원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측에 11일 경호인력 파견을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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