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카드-증권 인수 아직 무리… 중소형 자산운용-캐피털 노릴듯
5대 금융지주 시대 다시 활짝… 영업환경 나빠져 무한 경쟁 예고
우리금융지주가 11일 지주 설립등기를 완료해 4년여 만에 부활한다. 이로써 5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NH농협금융지주) 시대가 다시 열린다. 우리금융지주가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나면서 금융업계 판도가 다시 어떻게 재편될지 주목된다. 지주사들은 새로 짜인 5대 지주 체제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 우리금융發 인수시장 ‘빅뱅’ 오나
금융회사들은 우리금융지주 설립을 계기로 한동안 잠잠했던 인수합병(M&A) 시장에 불이 붙을지 주목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4년 전 민영화를 통해 은행 체제로 전환하면서 증권, 보험 등을 매각했다. 이번에 지주가 다시 출범하면 실탄을 갖고 M&A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은행법상 출자가 자기자본의 20%로 제한됐지만 지주로 전환되면서 출자 한도가 130%까지 확대된다.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일단 덩치 큰 매물보다는 중소형 자산운용·부동산신탁·캐피털사(社) 등의 인수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신설 금융사는 회계규정에 따라 설립 후 1년간 자산이 낮게 계산돼 출자 여력이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장에서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롯데카드나 삼성증권을 사들이기엔 아직 자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가 하이자산운용 등 몸집이 작은 자산운용사를 먼저 인수할 것”이라며 “조만간 인수시장이 뜨거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과거 아픔 딛고 1등 금융그룹에 재도전
우리금융지주가 덩치 불리기를 통해 1등 금융그룹에 다시 도전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우리금융은 2001년 국내 1호 금융지주로 출범했다. 외환위기 이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되며 1999년 1월 한빛은행으로 새 출발을 했고, 이후 정부는 평화은행과 광주·경남은행, 하나로종금까지 한데 묶어 지주사에 편입시켰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사들을 한데 모아 일괄 관리하려는 취지였다.
금융그룹의 진용을 갖춘 우리금융은 이후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며 2005년 140조 원이던 은행 자산을 2년 만에 219조 원으로 키워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친 덩치 키우기 경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2007년 1조7000억 원에 육박하던 당기순이익은 1년 만에 2340억 원으로 급감했다.
이후 정부는 우리금융지주를 시장에 돌려주고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민영화를 추진했고 2014년 계열사들을 매각한 채 은행 체제로 전환됐다. 과점주주 중심으로 경영되던 우리은행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시 지난해 지주사 설립을 신청했다.
○ 5대 금융지주 시대, 자산 경쟁 신호탄
향후 금융업계의 자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은행권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2조 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새로 지휘봉을 잡은 금융권 수장들이 과거처럼 무리한 영업경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올해는 대출 규제와 어려워진 기업금융으로 실적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은행들은 단기 경쟁에 매몰되지 말고, 해외에 진출하고 디지털화에 따른 영업방식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 실적이 비슷해서 지주사로서의 성패는 증권,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를 얼마나 확충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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