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온라인 시민청원’이 시민 갈등 부추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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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본떠 개설… 송도 G-시티 개발 등 세 과시
조직력 갖춘 집단, 악용 가능성도

청라국제도시 주민들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퇴진 청원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7일 출범한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총연합회. 인천시 제공
청라국제도시 주민들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퇴진 청원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7일 출범한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총연합회. 인천시 제공

‘김진용 경제청장은 흔들리지 마십시오. 같이 갑시다!’

송도입주자연합회를 비롯한 송도 주민단체는 이달 초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거리와 아파트 단지 곳곳에 이렇게 적은 파란색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G-시티 개발이 늦어진다며 청라국제도시 주민들이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온라인 시민청원을 올리자 그에 반대하며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인천시가 지난해 12월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본떠 시 홈페이지(incheon.go.kr)에 개설한 온라인 시민청원이 되레 주민 간,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는 창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목적을 띤 지역 주민의 세 과시 공간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온라인 시민청원 제도는 청원이 등록된 지 30일 동안 3000명 이상이 공감하면 인천시장이 동영상을 통해 직접 답변하도록 하고 있다. 인천 인구 300만 명의 0.1%만 공감을 표시하면 시장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문제는 3000명 이상을 동원할 수 있는 조직력을 갖춘 집단이라면 공익과는 상관없는 자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민청원을 활용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것.

시민청원의 첫 번째 시장 답변 청원은 청라 주민이 올린 ‘김 청장 자진 사퇴 요구’였다. 두 번째도 청라 주민의 ‘청라 소각장 폐쇄 요구’ 청원이다. 공감 3000명을 넘긴 청원 모두가 인구 9만 명이 사는 청라국제도시에서 나왔다.

청라국제도시를 비롯한 신도시에는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주민이 상대적으로 많다. 이들은 시민청원을 활용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반면 원도심과 낙후지역에 몰린 이른바 디지털 디바이드(온라인 정보 격차) 계층은 상대적으로 온라인 시정(市政) 참여가 적다. 시민청원 공감 수 상위 9건은 대부분 경제청장 사퇴 찬반, G-시티, 청라소각장 문제같이 청라, 송도, 영종 등 신도시 관련 민원이 차지한다.

특히 김 청장 퇴진 요구 청원의 주요 근거가 된 청라국제업무지구 G-시티 개발 지연 문제는 실제 속사정과 달리 알려진 점이 있어 오해를 부를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인천경제청 측은 G-시티 개발이 국제업무지구 특성상 생활형숙박시설이 들어서기 어려운 여건이었음에도 애초 사업 제안자와 체결한 양해각서는 이를 허용해 특혜 시비에 휘말릴 소지와 국제도시 이미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었다고 밝혔다.

시민청원은 실제 지역 간 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 청장 퇴진 요구 청원의 공감 수가 3000명을 넘자 ‘퇴진 반대’ 측 주민들은 7일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총연합회를 출범했다. 총연합회는 ‘올댓송도’를 비롯한 7개 경제자유구역 단체와 주민으로 구성됐다.

총연합회는 “경제자유구역 개발이 지속 가능하려면 경제청장 임기가 보장돼야 한다. 경제청장 퇴진 반대 청원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인구 13만 명의 송도국제도시 주민 인터넷카페 역시 경제청장 퇴진 반대 청원 운동에 돌입했다.

시와 인천경제청은 5차례 이상 회의하며 김 청장 자진 사퇴 요구 청원에 대한 공식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박 시장이 답변하는 5분짜리 동영상은 19일경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김진용 경제청장#청라국제도시#온라인 시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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