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1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지난해 반도체 수출 1267억 달러 달성은 누가 뭐래도 삼성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가 4대 그룹(삼성, 현대차, SK, LG) 총수를 단독으로 만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3년 차를 맞아 경제 활력을 키워드로 제시한 가운데 정부가 새해부터 대기업과의 접촉면을 동시다발적으로 넓히고 있는 것이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메모리 반도체 1위 삼성의 위용이 다시 한번 발휘됐다”며 “단일 부품으로 1000억 달러 이상을 한 해 수출하는 것은 어떤 선진국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이 기록이 사상 최초의 6000억 달러 수출에 기여했고, 수출액수 세계 6위 국가가 되는 데도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 총리가 방문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은 5세대(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이 있는 곳으로 3일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이 총리는 “보통 어딜 가면 제가 격려를 해드리러 간다고 보겠지만 사실은 격려를 받고 싶다”면서 “‘반도체에 대해서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5G 통신 장비에 대해선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는 격려를 받고 싶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께서 기대만큼 주문도 있고 세계인들 또한 가장 많이 주목하는 삼성이니까 그런 내외의 기대와 주목에 상응하게 잘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방명록에 ‘반도체에서 그런 것처럼 5G에서도 三星(삼성)이 先導(선도)하기를 바란다’고 적은 뒤 이 부회장 등 삼성 고위관계자들과 40여 분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은 “일자리나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 때로는 부담감도 느끼지만 국내 대표 기업으로서 의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또 “한번 해보자는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도전하면 5G나 시스템 반도체 등 미래성장산업에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중소기업과 함께 발전해야만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상생의 선순환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통해 미래 인재를 지속적으로 육성하겠다”고도 했다.
이 총리는 ‘삼성에 투자나 일자리 관련 당부를 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부러 부탁드린 것은 아니다. 전혀 제 입에선 부담될 만한 말씀은 안 드렸는데 이 부회장께서 먼저 말씀해 주셨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다가 한 기자가 애플의 아이폰을 들고 있자 “(삼성이 만든 휴대전화인) 갤럭시였으면 한마디 했을 텐데”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간담회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윤부근 부회장, 이인용 고문, 노희찬 사장 등 삼성전자 임원진이 참석했고, 정부에서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등이 함께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4대 경제단체장과 만나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각 기업의 협조를 당부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더 잘사는 대한민국을 위한 민주당-경제단체장 신년간담회’를 열고 기업인들을 만났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김준동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해 신속한 규제 완화 등을 주문했다. 홍 원내대표는 “규제 샌드박스 시행령까지 마련돼 규제 완화, 규제 혁신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국회에 규제 혁신과 관련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조정·조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용만 회장은 “기업들이 자유롭게 일을 벌이고, 시장에서 자발적인 성장이 나오게끔 유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기업의 기를 살리는 데 여당이 앞장서 달라”며 “최저임금도 업종별 연령별 지역별 구분적 도입 등 종합적인 개편이 추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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