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사람의 행복한 동행을 위한 한 뼘 더 깊은 지식/마크 베코프 지음·장호연 옮김/420쪽·1만9800원·동녘사이언스
25.1%. 지난해 12월 KB금융그룹이 발간한 ‘2018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4가구 중 하나는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덩달아 국내 반려동물 사료 시장은 연평균 19.4%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동물용 의약품, 미용, 장묘사업 등 관련 사업 역시 기록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 책의 배경인 미국에서는 약 8000만 가구가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 전체 가구의 44%에 이르는 수치다. 개 관련 산업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사료비로만 300억 달러(약 33조 원), 치료비 160억 달러(약 18조 원) 등 매년 700억 달러(약 78조 원)를 반려견에게 쓴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반문한다. 그 열정만큼 우리는 반려견과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이 책엔 반려견들의 행동 세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해낸 각종 정보가 담겨 있다. 저자는 세계적인 동물학자이자 콜로라도대 명예교수. 2009년 늑대가 ‘도덕 지능’을 가지고 있어 사리분별은 물론이고 친구를 사귀거나 원한을 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책을 읽다 보면 ‘견(犬)통령’이라 불리는 강형욱 훈련사가 떠오르는데 강 훈련사가 반려견 심리학자라면 저자는 반려견 행동학자로 볼 수 있다.
동물학의 최신 연구 성과가 주를 이루지만 탁월한 비유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게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야외에서 개들이 걸어갈 때면 오줌을 찔끔 누거나 코를 킁킁거리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 같은 행동은 후각이 특히 발달한 개들의 소통 방식이다. 앞서 지나간 개들의 흔적을 살피고, 일종의 문자메시지처럼 오줌을 통해 답장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산책을 할 때 반려견이 냄새를 맡지 못하게 목줄을 확 잡아당기는 일 등은 자제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꼬리 흔들기’ 행동을 통해서도 개들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다. 왼쪽으로 꼬리를 흔들 땐 심박동이 빨라지는 등 불안의 징후를 보여주고, 오른쪽으로 흔드는 꼬리는 차분한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살짝 꼬리를 흔드는 건 “안녕” 혹은 “나 여기 있어”처럼 인사말을 나타내고, 크게 흔드는 것은 친밀감의 표현이라는 연구 결과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과학적인 내용이 가득하지만 저자는 반려견을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이라고 강조한다. 개나 그 밖의 동물을 삶에 들이기로 했다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그들의 삶에 책임감을 가지고, 최고의 삶을 제공해야 한다는 말한다.
이 책을 감수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아무 생각 없이 개를 기르지 말고, 이 책을 읽으며 과학적으로 개를 관찰하며 길러보자. 내가 기르는 개의 행복에도 분명 도움이 되고 개를 기르는 나의 기쁨도 배가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개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반려견과의 행복한 일상을 더해줄 처방이 담겨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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