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돈을 낳는 자본주의 시스템. 가만히 있어도 통장이 황금알을 낳는 부자와 달리 빈자는 오늘보다 내일 더 가혹한 빈곤을 겪는다. 계층사다리마저 무너진 오늘날, 청년세대는 진창에 빠졌다.
불평등의 원인으론 인종, 젠더, 계급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그 공식은 간단치 않다. 저자는 평등한 사회를 가정한 뒤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해 불평등을 빚어내는 과정을 되짚는다.
책에 따르면 평등사회는 그냥 무너진 게 아니다. 절도, 착취, 약탈 같은 반칙 또는 그것을 허용하는 규칙이 불평등을 낳았다. 이 가운데 후자는 교묘하게 불평등을 고착화한다는 점에서 더 위협적이다.
저자는 자본주의 역시 불공정 게임을 정당화하는 규칙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소유권이 인권에 우선한다’는 자본주의 대원칙은 온전히 부자의 편. 속임수로 상대를 속이는 야바위게임처럼 자본가들은 세상을 입맛대로 주무른다.
다양한 장치를 동원해 지배계급은 현 상태를 유지하려 애쓴다. 틀을 바꿀 수 있다는 상상력을 억압하고, 연대에 균열을 내고, 약자 간 갈등을 부추긴다. ‘은연중에 인간과 타자에 대한 차별을 담고 있는 구분법’에 젖어든 대중은 상상력을 잃고 서로 물고 뜯으며 제도에 순응한다.
불평등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상상하고 의심하고 연대해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 모두가 당연시하는 규칙을 문제 삼는 이들이 호감을 얻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상대방이 이성의 끈을 놓지 않게끔 하는 의사소통의 기술이 필요하다.”
사회학과 교수가 들려주는 대학 강의를 풀어쓴 노트에 가깝다. 광장 시위로 길 막히는 게 그저 못마땅한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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